[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배추수확기를 앞둔 올 9월에는 유난히도 많은 비가 내렸다.

예년보다 고랭지 배추생산량이 줄면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졌다. 덕분에 배추 값은 천정부지로 폭등했다.

포기당 3천원이면 사던 배추를 5천원, 1만원, 그리고 1만2천원에 사게 된 것이다. 급기야 중국산 배추도 수입됐다.

한 일간지는 정부의 무대책, 야당의 무책임, 인터넷의 무 개념이 배추 값 파동을 부추겼다고 질타했다.

외신에도 '김치가 금(金)치가 되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될 정도로 한국의 김치 값 폭등은 세계적 뉴스로 등장했다.

이런 가운데 충북 괴산군은 괴산시골절임배추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괴산시골절임배추를 시세보다 5분의 1 가격에 판매한다는 소식이 보도되자 절임배추는 한때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인기 검색어 순위 1~3위를 오르내렸다.

괴산절임배추를 주문하려는 접속이 평상시보다 1천배 이상 급증하면서 한때 괴산군청 홈페이지 서버도 다운됐다.

군청으로 절임배추를 예약하려는 전화가 쇄도하자 담당 부서는 물론 전 부서의 업무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도 빚었다.

괴산시골절임배추의 역사는 14년 전인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에서 열린 농산물 직거래장터에 참여했다가 평소 김장 쓰레기로 골치를 썩고 있다는 부녀회원의 말을 들은 현 김갑수 협의회장은 절임배추를 상품화 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문광면내 7개 작목반을 구성해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박스를 지원했다.

그리고 선한 농부의 마음을 판다는 일념으로 대도시 소비자들을 향한 홍보와 판촉에 나섰다.

홍보 전단지를 만들어 서울과 인천, 의정부, 남양주 등 대도시를 누비며 주문을 받아 새벽에 출발하면 밤 11시가 넘어서야 돌아오곤 했다고 한다.

시행착오도 숱하게 겪었다. 너무 절이거나 덜 절여서 1톤 트럭 한 대분이 되돌아 온 경우도 있었다.

그 결과 시골절임배추는 작년에 1만6천톤 생산에 160억 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올해는 2만톤 생산에 200억 원의 판매액을 예상하고 있다.

한 농부가 생각해낸 작은 아이디어인 절임배추가 14년 만에 연간 200억 원의 농가소득을 올리는 효자 상품으로 키운 것이다.

괴산시골절임배추는 시골에서 직접 재배한 배추를 천연암반 지하수로 깨끗이 씻은 뒤 소금에 절여서 판다.

가정에서는 사다가 양념에 버무리면 맛좋은 김치로 탄생하는 것이다.

괴산시골절임배추가 이처럼 인기를 누리는 비결은 1년 이상 간수한 천일염으로 배추를 90일 이상 절이고 천연암반수로 세척하는 등 청결한 작업환경에서 철저한 품질관리를 거치기 때문이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6일 절임배추의 원조인 괴산군 문광면 괴산절임배추 생산 농가를 찾았다.

유 장관은 이날 절임배추 재배 현장과 포장 시설 등을 둘러보면서 최근 배추 값 폭등에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터넷 직거래를 통해 판매하여 예약 접수가 조기 품절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괴산절임배추의 성공사례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괴산시골절임배추의 성공신화는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를 토대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

다행히 체험마을 조성 등 절임배추를 관광 상품으로 만드는 작업과 향후 항암배추를 원료로 절임배추를 만든다는 구상도 진행 중에 있다고 하니 괴산시골절임배추의 인기 고공행진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