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경력과 캐릭터가 다양한 만큼 그들이 가진 별명도 가지각색이다. 성격이나 이미지 등을 부각시킨 것에서부터 국회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행동을 딴 것까지 다양한 별명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따라 붙는다.

이런 별명이 정치인의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더욱 강하게 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적 인지도가 생명인 정치인으로서는 자신의 별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별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별명이 안겨준 긍정적인 효과때문에 그 이미지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쪽도 있다.

높은 관심만큼이나 여러 별명이 따라붙는 인물로는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있다.

박 전 대표의 대표적인 별명은 '얼음 공주'다. 다소 신중한 태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됐던 '수첩공주'나 각종 선거에서 승리를 견인하면서 얻은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도 있지만, 차가운 이미지를 표현한 얼음공주가 많이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적인 자리에서 농담을 건네는 모습이 눈에 띄고, 어릴 적 비키니를 입은 사진도 공개되는 등 잇따라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가 부각됨으로써 '얼음공주의 해빙'이라는 표현도 들리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최고위원도 자신의 이미지로 인해 얻은, 다소 기분 좋은 별명을 갖고 있다. 언제나 웃는 표정에서 생긴 '미스터 스마일'이 그것이다.

그러나 당 대표시절 안팎으로 위기에 처했던 민주당을 2년간 이끌어 가는 과정에서 대여 강경투쟁에 나섰으며, 최근 전당대회 이후에도 강경 목소리를 계속 이어가고 있어 미스터 스마일이란 이미지가 지속될지 관심이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 역시 법조인 출신으로 그의 성격을 대변하는 '대쪽'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국회 안팎에서 활동하는 과정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별명을 얻게 된 의원들도 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과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미스터 쓴소리'라는 같은 별명을 갖고 있다. 의정활동에서 국정 현안들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에 이렇게 불린다.

이 의원의 경우 경제관료 출신으로 여당 의원이면서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조목조목 고언(苦言)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조 의원 역시 7선으로 현역 의원 가운데 최다선이지만 젊은 의원들 못지않게 거침없는 활동을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전 대표의 경우 '공중부양'이라는 별명이 아호처럼 따라붙고 있다. 지난해 1월 미디어법 처리에 반대하면서 국회 사무총장실을 항의 방문, 탁자 위에서 뛰어오르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생긴 별명이다.

이 사건 이후 강 전 대표의 '공중부양'은 인터넷에서 회자돼 그를 스타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에는 그가 수염을 기른 모습을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마법사 '간달프'에 빗대 '강달프'로 불리기도 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도 별명으로 치자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인물이다. 검사시절 활약으로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을 얻은 이후 여권 내에서도 튀는 모습으로 인해 '홍반장', '버럭준표' 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근 눈에 띄는 행보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 별명을 얻게 된 인물도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이다.

이 장관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대변하면서 '대운하 전도사'에 이어 '4대강 전도사' 등의 별명으로 불렸지만, 7·28 재보선으로 여의도 국회에 재입성하고 이후 특임장관의 임무를 부여받은 뒤 '90도 인사'가 트레이드 마크가 되면서 '폴더 재오'로 불리고 있다.

이 밖에 정치적으로 비슷한 행보를 걸어온 인물을 빗댄 '리틀 ○○○'이라는 별명도 흔히 볼 수 있는 정치인들의 별명이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에 당선된 김두관 지사나 평화민주당 한화갑 대표 등은 각각 닮은 모습을 들어 '리틀 노무현', '리틀 DJ'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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