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한남대학교 프랑스어문화학과교수·문학평론가

다음 주 목요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전국 수험생 여러분의 건투와 행운을 빕니다.

시험이라면 종류를 불문하고 긴장되고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수능 수험생들로서는 생애 첫 입시이고 앞으로 헤쳐 나가야할 치열한 경쟁사회의 문턱을 넘는 최초의 관문인 만큼 최선을 다하기 바랍니다.

수능시험이 힘들고 고단해도 아직은 부모님과 학교의 보살핌이 큰 힘이 되고 점차 새로운 양상을 보이는 대학입시 환경변화로 인해 과거와는 다른 국면을 보이고 있어 담담한 마음으로 평소 실력을 차분하게 펼치면 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건국 이후 거의 스무 차례 정도 바뀌어 온 대학입학제도의 갖가지 문제와 난맥상은 바로 그동안 우리 사회가 겪어온 시행착오, 혼란 그리고 아직 이렇다 할 대안을 찾지 못한 우울한 자화상에 다름 아닙니다. 교육망국이라는 자조적 표현이 나올 만큼 숱한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지만 그 어느 역대 정권에서도 난마와 같이 얽힌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 획기적인 개선안을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합리적 해결의 물꼬를 트지 못한 가운데 올해도 2011학년도 수능시험은 다가오고 더욱 복잡다단해진 각 대학별 입학전형을 면밀히 살펴가며 지망대학을 골라야 할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사회가 발전되고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껑충 높아진 이즈음 그동안의 금기사항과 모순, 불합리한 관행 또는 당연히 그러려니 여겨오던 것들이 폐지되거나 풀리고 바로 잡히는 등 나름 개선의 분위기가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특히 교육문제 이를테면 공교육을 포함한 대학입시제도 만큼은 지금도 1960년대 수준의 논의와 대안제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은 딱한 일입니다.

숨돌릴 틈도 없이 이어지는 중학교 입시, 고교입시, 대입 예비고사와 본고사 등 갖가지 입시의 병폐를 체험한 지금의 50대 중후반 이상 세대들은 굴곡 많은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희생자들인지도 모릅니다. 그들 가운데 그동안 입시제도를 포함한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주역들이 적지 않습니다. 스스로 겪은 입시경험이 생생할텐데 입시제도, 교육파행의 문제점과 불합리성을 그 누구보다도 훤히 꿰뚫고 있었을텐데, 수험생을 살리고 학교를 바로 세우면서 입시과열, 교육 부조리를 척결, 개선하는 작업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일지요.

60년 지속된 입시제도의 모순과 파행을 단칼에 개혁할 수는 없습니다. 한 단계 한 단계씩 반듯하게 고쳐나가야 한다면 수능시험, 내신, 본고사, 고교 등급제, 기여입학제, 특목고, 입학사정관제, 공교육 피폐, 사교육 창궐 같은 숱한 현안들에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씩 고쳐 나갈 일입니다. 대입제도 합리화와 공교육 정상화, 학력의 고른 신장이라는 화급한 과제는 지금부터라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겠지요. 반세기 넘도록 묵혀온 과제를 해결하는데 지금부터 또 반세기가 걸릴지라도 더 이상 임기응변, 땜질, 또 다른 악순환을 부르는 허망한 반짝 정책의 되풀이만은 막아야 할 때입니다.

우선 원칙적으로 대학전형방법은 개별 대학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미 대학생존을 위한 처절한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든 이즈음 눈속임을 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입시운영, 학사관리를 도모하는 대학은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먼저 외면합니다. 이미 그런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대학마다 창학이념과 교육철학이 상이하고 처한 여건과 수준이 다른 현실에서 가르칠 학생을 나름의 방법으로 스스로 뽑을 최소한의 권리를 되돌려 주는 것이 마땅합니다. 책임은 그 다음에 물어도 됩니다.

다음 주 수능시험을 보게 되는 수험생들은 오랜 세월 대입제도 하나 온전히 정착시키지 못한 선배들을 질타해도 됩니다. 그리고 성인이 되면 수험생활에서 체험한 문제점과 모순을 낱낱이 밝히고 단결된 힘으로 온전한 대입제도를 마련하는데 젊은 힘을 모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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