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정문섭 논설위원

배의 항로를 결정하는 것은 선장의 몫이지만 목적지까지 가도록 하는 것은 배에 탑승한 선원들의 몫이다.

마찬가지로 리더는 배의 가는 방향을 결정할 수 있지만 목적지에 도착하도록 하는 결정적인 역할은 팔로워(Follower)들이 한다.

그렇다면 리더를 도와주는 팔로워의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일까.

첫째, 협조하는 동반자의 자세이다.

어느 프랑스 기업인 부인이 정원사에게 정원 일을 맡겼더니 프랑스, 한국, 일본 정원사가 하는 행동이 각각 달랐다고 한다.

먼저 프랑스 정원사는 자기 생각대로 나무를 심고 간 반면, 한국 정원사는 주인이 심어달라는 나무를 심어달라는 위치에 정확히 심어주었다고 한다.

반면에 일본 정원사는 정원과 나무의 조화를 보고 나무를 심을 곳과 돌과 자갈을 깔 곳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고, 다시 주인의 의견을 물어 합일점을 도출한 뒤에야 비로소 정원 가꾸기를 시작하더라는 것이었다.

팔로워는 이처럼 리더의 동반자라는 파트너십을 가지고 행동할 때 빛을 발한다.

두 번째는 기본에 충실히 하는 것이다.

하나의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팔로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1박2일 프로그램이 뜨자 스포트라이트는 강호동, 이승기, 이수근 등 몇몇 출연자들이 다 받고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성공한 것 역시 카메라, 연출, 조명, 오디오, 의상, 부조, 미용팀 등 70-80여 명의 스태프진이 한 치의 차질 없이 각자의 역할을 다했기 때문이었다.

셋째는 할 말을 다하는 용기이다.

거사를 일으켜서 2대 황제가 된 당태종은 자신의 반대편에 섰던 형의 참모 위징(魏徵)의 올곧은 성품과 충성심, 풍부한 식견에 반해 그를 신하로 중용한다.

위징도 그의 훌륭한 인품에 감동받아 충언을 거듭한 결과 그들은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聖君)과 신하가 될 수 있었다.

팔로워가 리더의 잘못을 지적해주지 않는 한 조직의 발전은 기약하기 힘들다.

넷째는 헌신하는 자세다. 팔로워는 조직과 자신의 발전을 위해 리더에게 헌신해야 한다.

타이거우즈가 골프의 황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캐디 스티브 위리엄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비축제가 전국 최고의 축제가 된 것도 나비에 미친 나비박사 정헌천씨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빌게이츠는 스티브 발머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처럼 팔로워가 일에 미쳐서 리더를 헌신적으로 보좌할 때 조직의 성공도 보장받을 수 있다.

다섯째는 리더에게 자신의 생각을 자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들은 어려운 순간에 고뇌에 찬 결단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어찌 보면 가장 외롭고 고독한 사람이 리더들이기도 하다.

때문에 팔로워들은 틈이 날 때마다 리더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어야 한다.

한국인들은 리더에게 불만이 있어도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러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사표를 던지고 만다.

반면 미국인들은 먼저 면담을 신청한 뒤에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고 그래도 대화로 풀지 못하면 이직을 고려한다고 한다.

21세기 조직은 팔로워가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직장과 조직의 리더도 빛이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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