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전원 前 청주교육장

문학인도 아니면서 운 좋게 문학기행에 참가하여 국내외 문학인들의 다양한 문학세계를 공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나 같은 문외한도 있었지만, 청소년 문학도들로부터 노벨상 수상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다양한 장르의 문학인들이 모여 작가들의 작품의 세계를 직접 듣고 살펴보며, 서로 다른 생각들을 주장하고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정서와 풍토는 달라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고, 수준과 표현의 차이가 있어도 수용하는 분위기였으며, 통속적인 시류에 찌든 현상을 개탄하면서 세속에서 순수를 찾으려 했고, 자신도 모르게 기울고 있는 정치편향의 문학을 바로 세워보려는 노력들이 역력했다.

일부 노벨상 수상자들이 수상 후에 순수성을 잃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었고, 단순한 느낌의 표현에 연연하지 말고 때 묻지 않는 길을 스스로 닦아야 한다며 제발 목적 없는 발길이 아니길 바라고 있었다.

영상을 통해 몇몇 저명인사의 특이한 문학적 배경과 광활한 활동무대를 살피는 동안에 고달프고, 외롭고, 장고와 번뇌, 자존과 불굴, 자연과의 타협과 용서, 증오와 인내, 마음을 갈고 닦는 기법과 세월 등이 피부에 와 닿는 듯 했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상당한 수준의 전문 평론인들 몫이겠지만, 그 결과가 필부들의 독후감이나 시청소감과 흐름을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많은 분들의 여망처럼 독자나 시청자들의 취향이나 비위에 얽매이지 않는 그런 순수한 것이었으면 했다. 일부의 조작된 베스트셀러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무리한 장면 구성 등도 비난거리였다. 순수성을 잃은 일시적 명예를 위해 염불보다 잿밥에 뜻을 두고 이전투구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쓰러워 보였다.

세태를 벗어난 미래지향의 이상향 문학만이 순수성은 아니라면 현상에 터한 세속의 문학에 관심 있어 하는 독자들의 구미도 고려해야 하기에 변화무쌍하고 기발한 다양성이 강조되는 것이리라. 정형에서 무슨 아기자기하고 오묘하며 짜릿한 맛을 느끼겠느냔다.

작가의 느낌이 곧 독자와 시청자들의 정서일 거라고 생각한다면 난해한 것은 아니겠지만, 작가의 그 느낌이 세태와 영합한 일확천금이나 천상용마를 바라지 않는 것이라면 문학성도 잃지 않을 것이니 무엇을 나무라겠는가. 작가마다 글을 쓰는 목적이 모두 다르겠지만, 특정 종교나 사상과 이념의 범주를 벗어나 많은 이들이 꿈꾸는 바람직한 인간 삶을 이끌어 준다면 좋겠지만, 급변하는 시대정서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은 이를 식상해 하고 있으니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단다.

그렇다고 밝은 내일의 선도 책무를 지고 있는 작가로서 그쪽만을 두둔할 수도 없으니 출구도 없는 고뇌임이 이해되기도 했다. 확실한 소신과 주의 주장에 자신이 없으니 세속에 얽매일 수밖에 없었으리라.

창의성의 표현이라며 무질서한 성문화와 폭력, 부조리와의 타협과 다양한 비행기법의 안내, 밟고 올라서는 출세비결이나 한탕주의와 부정적 생활양상의 조장 등으로 시민정서를 해쳐서는 안 되겠기에 하나같이 비난을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최고의 문학상을 받기가 부끄럽다고 수상을 거절한 문인과도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남들이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작품이 순수하지 못했다고 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문학의 진수를 찾으려 노력하는 그런 분들이 존경스러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문학인들의 숨김없는 바람과 정점을 향한 차별화된 자아형성 노력의 인고를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으며, 짧은 글 한 줄에 평생을 바치는 열정에 가난 극복보다 더한 것이 휴지만도 못하게 짓밟히는 자기 작품에 애착하는 견인불발의 지조가 마음을 끌었다.

이런 정신으로 문학의 길을 굳게 다지고 있는 이들의 밤과 낮이 오늘의 찬란한 세계문학을 이끌고 있음에 감사하며, 기왕에 들어선 길 많은 이들의 심신을 달래려 즐겨 찾는 건강한 문학의 신작로이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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