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수 진천군의회 전문위원

1991년 묘지 제도를 살펴보기 위하여 처음으로 일본 땅을 밟았다. 당시 방문지는 오사카(大阪)였는데 비행기에서 처음으로 바라본 오사카시 전경은 참으로 잘 정돈되고 다듬어진 도시구나 하는 느낌이 일본을 처음 본 소감이다. 오사카성의 안팎과 전시된 역사자료를 보고 우리의 과거역사와 아픔을 상기하며 일본에서는 될 수 있는 대로 쇼핑은 하지 말자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그 약속은 오사카 시내 전자상가를 방문하며 금방 깨어지고 말았다. 상가를 둘러본 우리들은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졌다. 생전 처음으로 보게 되는 전자 제품들은 우리를 그들 속으로 빨아드리는 듯 한 감정을 느낄 정도로 좋아보였다고 기억된다. 또한 가격도 저렴해 일행들은 호주머니를 다 털어 제품을 구입할 정도였다.

그 후 몇 차례 일본을 방문했으며 20년이 지난 올 10월 일본을 다녀왔다.

이번에는 큐슈지방의 후쿠오카(福岡)시내의 전자상가나 공산품 상가를 둘러보고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음을 실감했다. 우리가 만든 전자제품이 디자인이나 성능 그리고 가격 면에서 분명히 앞서가고 있음이 눈에 보였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 대한민국이 정말 맞구나 참으로 자랑스러운 민족이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잠시뿐 일본과 비교되며 우리가 풀어야할 숙제가 우리를 기분 좋게 놓아주질 않는다.

바로 환경문제다. 4일간 돌아본 일본, 거리에서 담배꽁초하나 비닐 한 조각을 볼 수 없었고 불법 주정차, 자동차사고, 교통순경도 볼 수 없었다. 좁은 공간도 모두 나무와 꽃을 심어 가꾸고 국토를 다듬는 일본,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쭉쭉 뻗은 아름드리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곳곳에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고 어쩜 이처럼 정확하게 깔끔하게 할 수 있을까 의아해 할 정도였다.

또한 건물이나 거리의 각종 시설들은 이용자의 편의를 위하여 세심하게 배려하여 설치되었다는 느낌을 아주 진하게 받았다 또한 각종 공사장도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하여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음은 참으로 아름답게까지 보였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지역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기는 하지만 시가지에는 하루 저녁만 지나면 휴지에 담배꽁초는 부지기수요 곳곳에 쓰레기를 쌓아놓고 몰래 쓰레기를 버려 CCTV설치하여 감시해야 하고 심지어 처리비용을 아낀다며 가재도구를 실어다 으슥한 야산이나 하천변에 버리는 행위도 비일비재하고 심지어 자동차운전 중에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밖으로 버리는 행위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사람이 다니는 인도와 횡단보도에 주차를 해놓는 얌체족을 보는 것도 쉬운 일이고 주택가에서 야간에 큰 소음을 내며 달리는 폭주족, 남이야 어떻든 나만 기분 내고 살면 그만이라는 이러한 행동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다.

또 함부로 자연을 훼손하는 일도 자제돼야 한다. 도로나 각종 개발사업은 보다 신중하게 계획하여 추진하며 훼손 후 복구에 철저를 기하고 훼손을 최소화 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일본이라고 모두 잘하는 것 또한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일본을 보며 우리도 이제 환경문제와 기초질서 만큼은 신경써야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환경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의식이 문제일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나아진다 해도 우리의 생활주변 환경이 불결하고 무질서 하다고 한다면 삶의 질은 높아질 수 없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그간의 많은 노력으로 일본 상품보다 우수한 전자제품도 자동차도 만들어냈다. 이제 우리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생활환경을 깨끗하게 아름답게 가꾸고 기초질서를 지키고 남을 배려하는 문화로 일본을 능가하는 일이 남았다. 이일은 우리를 위한 모두의 숙제다. 무질서하고 불결하며 자연이 아름답지 않은 환경에서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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