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연국 충주대학교 교수

피난민, 포격으로 불타는 연평도를 뒤로 하고 어선을 이용,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항해해 인천의 연안부두에 이르러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두려움에 떠는 우리 국민을 텔레비전을 통해서 봤다. 다큐멘터리 필름이나 선배들의 이야기를 통해 듣던 6·25 이야기 속의 피난을 60년이 지난 지금 보고 있는 것이다. 포격으로 불타고 허물어진 민가는 마치 6·25전쟁 때의 사진을 보는 것 같았다.

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한 젊은이들이 묻힌 묘소의 잔디가 새로 잎을 돋기도 전에 북한은 연평도에 무자비한 포격을 가해 민간인을 포함한 많은 사상자를 냈다. 민간인이 사는 지역을 포격한 것은 종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고 이로 인해 그 곳에서 살던 사람들이 피난길에 오른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연평도는 인천의 북서쪽에 위치한 섬으로 인천보다는 해주에 가까운 우리에게는 어업이나 전략적 요충지로 매우 중요한 섬이다.

그곳에는 우리 국민 1천800여 명이 살고 있고 유아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학교가 있으며 관광객이나 주민들을 위한 식당과 숙박업소가 운영되고 있는 연평면사무소가 소재한 면적 7.28㎢의 섬이다. 서해안에 있는 유사한 크기의 다른 섬들과 다를 바 없지만 천여 문의 대포를 굴속에 설치하고 우리를 겨냥하고 있는 북한군으로부터 멀지않은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이곳이 어떤 바다였던가. 제 1연평해전, 제 2연평해전, 대청해전 그리고 얼마 전의 천안함 사태가 이어진 늘 전운이 감도는 수역이 아니었던가. 햇볕정책으로 평화를 얻을 것 같았던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것이 10년 전인 2000년이다. 그 해에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2년 후에 열린 월드컵 경기로 온 나라가 축제의 열기로 달아올랐을 무렵 연평도 근해에서 북한이 무력도발을 자행해 일어난 교전이 제 2연평해전이다. 그 당시 대통령은 월드컵 행사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고 부상당한 우리 병사들은 병상에서 울분을 삼켜야 했다.

우리 바다에서 북한의 무력도발이 있을 때마다 거론됐던 것이 교전수칙이다. 요지는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라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도 이 문제로 갈팡질팡이다. 확전자제를 청와대가 지시했는지 아닌지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가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으려 노력한 만큼 마치 이에 비례해 북한 정권은 너무나도 쉽게 우리를 우롱하는 듯하다. 나쁜 짓 하지 말라고 달래면 달랠수록 망나니짓을 일삼고 있다.

이제는 대응이 달라져야 한다.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한다. 북한의 권력집단이 무력도발로 얻는 이익보다 그로 인한 손해가 훨씬 크다는 것을 확인시켜줘야 한다. 망나니 같은 놈을 달래는 것으로 평화가 가능하다면 자주포와 전투기가 왜 필요하단 말인가.

정부는 무차별 포격의 두려움을 피해 인천으로 피난 온 피난민을 잘 보살펴야 한다.

이번 사태가 진정되면 그들이 다시 돌아가 생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들이 나라를 원망하게 된다면 국가의 존립이유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도 피난민에 대한 어떠한 대비책도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뉴스에는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금이 비상사태가 아니라면 언제가 비상사태란 말인가. 정부는 이들이 신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안심하게 해야 한다. 어선을 얻어 타고 피난 온 사람들이다.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는 국군은 진정 그 사명을 다하고 있는지 뒤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에 이어지는 군 관련 사건들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고 있는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대책,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임시방편이 아닌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