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명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예전 내가 어릴 때만해도 이 때쯤이면 집집마다 김장 담그는 일로 온 집안이 떠들썩한 시절이 있었다. 겨울 내내 먹을 김치 식량을 준비하는 일이다. 백설이 펄펄 날리는 겨울철에 잘 익은 김치 한 포기 썰어놓고 따뜻한 밥 한 공기 먹을 생각하면 입에서 군침이 돋게 마련이다.

우리의 식단에 김치가 빠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상들의 정성이 담기고 지혜가 담겨 있다는 이유로 그냥 김치가 좋다고 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지겠지만, 신비스럽게도 그 지혜는 틀리지 않았음을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치를 자주 먹으면 김치의 항산화 효과 때문에 노화를 늦춘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김치가 항암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것도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김치의 재료로 이용되는 배추 등의 채소는 대장암을 예방해 주고,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음식에 양념으로 쓰이는 마늘은 위암을 예방해 준다.

최근 들어 마늘의 항암효과가 입증되면서 마늘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들이 건강식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마늘의 항암효과는 주로 한의학계에서 주장 되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햄스터의 실험을 통하여 서양의학계에서도 그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김치에는 베타카로틴의 함량이 높아 폐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으며,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은 엔도르핀을 비롯한 호르몬 물질의 분비를 촉진시켜 혈액 순환에도 효과가 있다 한다.

또한 적당한 숙성기간을 거쳐 알맞게 익은 김치를 식사 때마다 곁들여 먹으면 사람이 하루 동안 필요한 비타민C의 80% 이상을 섭취하게 된다고 한다. 약방의 감초와 같이 김치 담글 때 빠지지 않는 젓갈과 해산물들은 양질의 아미노산을 공급해 주며, 김치의 숙성에 따라 생성되는 유기산 등은 우리의 입맛을 자극해 식욕을 돋우어 준다.

이렇게 발효와 숙성이라는 과정을 통해 여러 재료의 독특한 성분과 맛이 한데 어우러져 더욱 우수한 맛과 영양을 지니게 되는 김치는 비타민, 섬유질, 무기질 등의 훌륭한 공급원이기도 하다.

신비하게도 김치는 담근 직후보다도 숙성이 되었을 때 비타민의 함량이 높아진다. 비타민 B1과 B2의 함량을 살펴보면, 김치를 담근 직후에는 담그기 전의 채소보다 오히려 줄어들다가 점차 증가하여 김치 맛이 가장 좋다고 알려진 3주째에는 처음 함량의 2배까지 증가한다. 비타민C의 경우도 역시 숙성 초기에는 약간 감소 추세를 보인 후 다시 증가하여 숙성 2주째에 가장 높은 함량을 보인다.

이렇게 김치가 숙성되는 과정에서 비타민 성분이 어떻게 생성 또는 합성되는지에 대해 아직도 정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한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이 사실을 어떻게 알고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 냈는지 조상들의 지혜에 다시 한 번 놀라울 따름이다.

얼마 전 한포기에 1만원이 훌쩍 넘는 배추 폭등 사태가 있었다. 이러한 배추폭등에는 봄철 냉해로 인한 작황 부진, 여름철 폭염과 태풍, 기습폭우로 인해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특히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가을배추 재배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고, 고온다습한 기후로 속이 녹아내리는 '꿀통병'이 생기면서 수확량이 전년도에 비해 40% 수준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폭등 사태에도 산지의 농가들은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그 이유는 농산물의 특수한 유통구조 때문이다.

이제 폭등했던 배추 값은 최근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겨울철 월동 배추 값은 폭락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수확량 증가와 중국산 배추 수입량 증대, 국민들의 소비 둔화까지 겹쳐 폭락 조짐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올해에도 몸에 좋은 훌륭한 우리의 전통식품, 김치의 소비가 늘어나 우리 농민들의 시름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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