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눈-최 용 현 법무법인 '청남' 대표변호사

내일이면 6·2지방선거가 끝난 지 6개월이 된다. 주위의 동료, 경쟁자들이 수사기관과 법원의 칼날에 쓰러져 당선무효가 되는 것을 지켜봐왔는데, 내일이면 6개월의 공직선거법위반의 공소시효가 완성되니 살아남은 자들은 단두대에서 떨어질 수도 있었던 자신의 목을 만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1조는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히 행하여지도록 하고, 선거와 관련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하여"라고 선언하고 있다. 즉 선거과정에서의 국민의 의사의 자유로운 표출과 시민-대표라는 민주성 원리를 내용 및 목적으로 하고, 다만 그 과정에서의 공정성 확보(역으로 부정방지)를 위하여 존재한다는 것이다.

많은 시민들은 공직선거법이 위 규정 그대로 민주주의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고 생각하고, 누군가 공직선거법위반으로 처벌을 받았다면 선거와 관련하여 뇌물죄와 같은 민주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시민들의 건전한 상식에 명백히 반하는 불법 행위를 하였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할 것이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에 대해 한번이라도 읽어봤거나 선거경쟁에 한번이라도 참여한 사람이라면, 공직선거법이 선거과정에서의 시민의 자유 의사 표출과 민주성 증진을 위하여 마련된 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심지어 선거 부정을 방지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선거 부정을 억지로 작출하기 위한 법이라고 하소연할 것이다.

공직선거법에 의하면, 시민이나 시민단체는 기본적으로 특정 입후보자나 정당을 지지,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하거나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입후보 예정자들은 선거기간 전에는 자신이 선거에 출마했다는 사실조차 알릴 수 없고, 선거기간 동안에도 수백, 수천개의 규제 조항에 얽매여 제대로 자신을 알리거나 자신의 정책을 홍보할 수도 없다. 때문에 시민들은 누가 출마하고 어떠한 정책을 주장하는지도 모르고 투표장으로 향한다. 이러한 결과 공직선거법위반으로 처벌받은 상당수의 후보자들은, 시민들은 상상도 못하고, 후보자들은 제대로 지킬 수도 없고, 법률 전문가들조차 알기도 어려운 그 규제 조항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 이것이 대한민국 공직선거법의 현 모습이라면 결코 과장되지 않았을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대의제 민주주의의 제일 중요한 것은 시민을 대표할 사람을 선출하는 과정(선거)이다. 따라서 시민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에는, 공직선거법의 규정 그대로, 선거과정에서 시민의 정치적 의사가 자유롭게 표출되고, 보다 다양한 이익·갈등을 대표하는 자들이 선거경쟁과정에 진출하고, 그 경쟁자들은 경쟁적으로 시민들과 보다 많이 의사소통을 해, 종국에는 시민들은 자신들을 제대로 대표하는 자를 선출해야 하고, 대표자들은 시민들을 제대로 대표하는 공간이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선거법은 이러한 시민과 대표간의 연계의 근간인 선거과정이 보다 많은 시민참여와 보다 적실성 있는 대표의 원리에 부응하도록 제도적으로 조장해야 하지, 지금의 모습처럼 막연한 깨끗한 선거라는 명목으로 예컨대 시민과 대표자가 되고자 하는 자가 서로 만나지도 못하게 하고, 대표자가 되고자 하는 자가 자신의 알리지도 못하게 하는, 시민과 대표의 기본적 연계조차 억압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선거과정에서의 공정성 확보는 선거과정에 자유와 민주성이 다양하게 표출되는 속에서의 부정방지이지, 부정방지를 위해 선거과정의 기본적 자유와 민주성 자체를 억압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진(秦)나라의 승상이었던 이사(李斯)가 자신이 만든 촘촘히 옭아매어진 법으로 인해 오히려 자신이 죽임을 당했듯이, 선거에서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공직선거법을 만들었는데, 지금 그 법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질식시키고, 자유와 민주주의가 그 법의 틀 속에서 뭉텅 잘려나가는 형국이다.

그나저나 아무도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는 그 질식과 불안 속에서 내일이면 살아남을 당선자들에는, 진정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