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우리나라 출산율 1.149(2009년 기준).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중 꼴찌다. 이 추세라면 50년 후면 인구가 지금의 절반수준으로 격감한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해도 출산을 기피하고, 설령 출산해도 대다수 부부들이 고작 한 두 명을 낳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출산을 기피하고 적게 낳는 것일까. 이 역시 답은 쉽다. 그 답은 인간의 본성인 종족번식 욕구의 감퇴다. 부부 성관계가 아이를 낳는 성스런 행위보다 성적 쾌락추구의 수단으로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성적욕구와 종족번식은 동시 발생적이어서 어느 것이 먼저냐를 따질 수 없다. 그래도 따지자면 종족번식욕구는 독립변수이고, 성적욕구는 종속변수라 함이 타당하다.

그러나 이런 자연스런 연결이 갈수록 깨어지고 있다. 지나친 성적욕구를 추구하다보니 새 생명의 씨앗을 뿌리지만 발아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추세다.

특히 성지식의 과학화와 대중화, 피임기구의 개발 등은 종족번식을 자연스럽게 막고 있다. 종족번식 욕을 감퇴시킨 사건. 지난 1978년 시험관아이를 탄생시킨 체외수정이다. 성관계가 아이를 갖기 위한 전제조건이 아님을 뒷받침하는 계기가 됐다. 언젠가는 성관계에서 성적유희만 남고 종족번식욕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인간과 달리 어떤 동물들은 종족번식에 필사적이라 한다. '교미마개' 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쥐와 다람쥐 등 설치류들은 교미를 한 뒤 마지막으로 응고물질을 내뿜어 암컷의 질을 막아놓는다. 가터 뱀 등 일부 뱀 수컷들 역시 자기 신장에서 나온 단백질 성분으로 교미 마개를 만들어 교미 후 암컷의 배설강에 이 마개를 삽입한다.

이 보다 더 처절하면서도 강력한 교미마개를 암컷 질속에 넣는 동물들도 많다. 등에모기는 교미를 했다는 대가로 자신을 먹이로 암컷에게 주고 생식기는 암컷 생식기 안에 그대로 남아 다른 수컷의 사정을 막는다. 꿀벌은 생식기가 암컷 몸 안에서 분해되어 여왕벌의 질을 막는데 쓰인다. 이처럼 일부 동물들이 교미마개를 만드는 것은 교미 후 반드시 자신의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서다.

성욕을 느끼는 동물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인간을 비롯해 피그미침팬지(보노보), 오랑우탄, 고릴라 등 영장류만 성적쾌락을 느끼는 특권을 가진 것으로 보고된다. 피그미침팬지는 인간과 유사한 성행동을 보인다. 발정기뿐 만아니라 1년 내내 교미를 함은 물론 동성애까지 보이는 등 가장 놀라운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먹이사슬로 얽혀 있는 적자생존의 동물세계에서 어린 동물들이 살아남기는 그리 쉽지 않다. 따라서 가능한한 많은 개체의 생산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이들 동물들은 성적쾌락을 즐기면서도 종족번식에 결코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인간은 동물보다 적자생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도중에 죽을지도 모르는 개체를 대비해 더 많이 생산할 필요가 없다. 인간은 일단 태어나면 동물들보다 생존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모든 동물들의 한 개체는 반드시 죽는다. 그러나 성행위를 통해 또 다른 개체를 생산해 자신을 대체시킴으로써 자신의 수명을 넘어 종족을 지속적으로 보존한다. 현재 출산율 1.149는 남녀 두 쌍이 자신들의 개체마저 대체시키지 못함을 보여 준다. 종족유지 전선에 이상이 생기고 있다.

인간은 평생 53리터의 정자(3천2백억여 마리)를 생산할 수 있다. 한 번 사정할 때 2억5천 마리가 시속 45km로 발사된다. 이 가운데 99% 질속에서 죽고 1%가 난자를 만나기 위해 사투를 벌여 한 마리만 살아남는다. 평생 정액을 소진한다고 계산하면 3천2백억 마리 가운데 1.149 마리만 살아남고 모두 죽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나머지는 햇빛도 보지 못하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 단 한 마리라도 더 살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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