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금이야 어렵다고 해도 이전에 비하면 살기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아졌으니 냄비를 때워서 쓰는 집은 없지만, 2, 30년 전만 해도 장터 한편에는 솥이나 냄비를 때우는 곳이 꼭 있었다. 냄비를 거꾸로 들고 하늘에 비추어보아 구멍을 확인하고는 쇠를 녹여서 때우기도 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얇은 판을 구멍에 끼워 두들기면 감쪽같이 구멍이 메워졌었다.

헌 냄비를 이렇게 때워서 쓰는 것은 절약도 되어 좋지만, 땜질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이 기업체를 하고 있었는데, 정부 등에서 상당한 지원도 받았다고 하였다. 언젠가 이분의 공장을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당시로서는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고 수출까지도 얘기되고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했던 것은, 대기업 납품과 수출을 위한 생산 일정이 도저히 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게 짜여있다는 것이었다. 종업원 전원이 24시간 풀가동을 하면 겨우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일정이 빡빡하게 되어 있어서 공장을 확장하고 기계를 더 들여와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러면 원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안 된다고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기 딴에는 대단한 노하우라면서 설명하는 것이, 수시로 필요에 따라서 임시로 일용직 인원을 보충해서 야간작업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부근의 공장에 도급을 주어 생산한 물건을 재가공해서 납품하면 된다고 하였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에는 나름대로 긴축해서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여겼지만, 결국 일용직 노동자들이 기계를 잘 못 써서 사고를 내는 바람에 적지 않은 손해를 입고, 또 믿었던 다른 공장도 일거리가 넘쳐서 납품기일을 지키지 못했다고 한다. 나름대로는 돈을 아끼려던 것이 기업을 사양길로 몰아넣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후에 후회하면서 하는 말이 수입이 좀 줄더라도 더 계획적으로 공장을 운영했더라면 신용을 잃고 고생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 경우에는 실패의 원인이 문제에 대한 땜질식 처방에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다. 사업전망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였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계약을 실천할 수 있는 생산계획을 세우지 못하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신의 발목을 잡아버린 결과로 되었던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사실 많은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사람이 제약요소가 되기도 하고, 돈이 문제가 되기도 하고, 법제도나 관청이 발목을 잡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제약들을 전부 감안하다 보면 어떤 때에는 불가능한 계획이 되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도중에 땜질이 필요한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때 다행히 임기응변이 잘 통해서 결론이 좋으면 칭찬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앞의 경우와 같이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실패를 하더라도 그 실패의 여파는 자신에게 한정된다. 그러나 큰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크게 된다. 그것이 더군다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관계된 일이라면 그 피해는 나중에 보상할 수도 없게 된다.

국회에서는 지금 서해 5도의 전력 증강을 위해 수천억 원의 예산을 증액하고, 또 국방부에서는 각종 군비를 확충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모양이다.

이 모습을 보면서, 어째서 지금까지 북한에 비해 무대책에 가까울 정도로 군비가 허술했었는지도 이해되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새로 나온 대책들이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것은 아닌지, 다른 지역의 방위도 충분히 고려하면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그러면서 불요불급한 자원을 절약하여 예산을 늘린 것인지, 또 약한 부처의 예산을 뭉텅 칼질한 것은 아닌지도 의심이 가는 것이다. 장기적이고도 큰 안목을 가진 계획에 의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방안의 확립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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