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가경동 롯데마트 1일 180마리만 판매 빈축

12일 오전 9시 30분 청주시 가경동 롯데마트 지하 식품코너 입구앞.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지팡이를 진 할머니, 아기를 업은 아주머니, 시린 손을 비비며 서있는 초등학생까지 100여 명이 줄지어 서 있다.

이는 롯데마트가 지난 9일부터 전국 82개 점포에서 프라이드치킨 1마리(900g)를 5천원에 판매하자 벌어진 진풍경이다.



오전 10시에 출입구 문이 열리고, 마트측은 미리 튀겨놓은 닭 30마리를 선착순으로 먼저 팔았다. 그리고 나머지 150마리 정도는 예약을 통해 판매했다. 30여분 만에 하루 판매량 180마리 치킨이 동났다.

일반 치킨전문점과 비교해 가격은 3분의 1이지만 크기는 20% 정도 커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 나갔다. 많은 시민들이 판매대를 서성이며 "치킨 안 팔아요?"라고 말하며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줄을 섰음에도 치킨을 구입하지 못한 시민들은 "아침부터 나와 줄을 섰는데 치킨을 사지 못했다"며 마트측에 불만을 토로했다.

롯데마트 가경점은 당초 300마리 내외의 한정판매라는 홍보와는 달리 훨씬 적은 180마리를 팔았다. 이를 두고 "적자폭을 줄이려고 마리수를 확 줄인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시민들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특히 선착순 30여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예약 고객에게는 '통큰치킨'이라고 쓰여진 원통형 상자가 아닌 일반 사각형 상자에 담아줘 '홍보따로 판매따로'라는 눈총도 받았다.

SSM(기업형 슈퍼마켓)에 이어 이마트 피자 그리고 롯데마트 5천원짜리 치킨까지. 재래시장과 골목 슈퍼에 이어 이젠 동네 치킨집까지 대기업의 자본 논리가 영세상인들을 점점 코너로 몰고 있다. 특히 롯데마트가 내놓은 통큰치킨을 놓고 '미끼상품' 논란과 함께 인근 영세상인들은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충북경실련 최윤정 사무국장은 "전형적인 대기업 '미끼상품'으로 치킨에서 생기는 몇 푼 안되는 손해는 충분히 다른 매출로 메울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며 예약판매에 대해서도 "이는 남는시간에 마트에서 쇼핑을 하라는 소리로 결국 장삿속에 지나지 않는다"며 꼬집었다.

그는 "대기업에게 '상생'이란 단어는 기대조차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는 것 같다"며 "다음에는 또 어떤 품목을 들고나와 영세상인들의 밥줄을 위협할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김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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