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눈-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간의 神 '크로노스(chronos)'. 크로노스의 像은 다른 神像들과 달리 모습이 참으로 특이하다. 눈이 없지만 벌거벗은 채 달리고 있는 사람 형태다. 어깨에는 날개가 달려 있고, 양손에서는 날카로운 낫과 모래시계가 들려 있으며, 이마에는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늘어뜨려져 있다. 반해 목덜미와 뒷머리는 한 오라기 털도 없어 번번하다. 왜 눈이 없고 날개, 낫, 모래시계 그리고 머리카락 등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또 뒷머리는 왜 대머리인가.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기 때문에 눈이 없다. 앞이마가 머리카락으로 무성한 것은 사람들이 쉽게 움켜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 뒷머리가 대머리인 것은 지나가면 사람들이 다시 붙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어깨에 날개가 달린 것은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함이다. 낫과 모래시계는 주어진 시간 내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냉철한 결단을 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시간은 돌이 마주 부딪칠 때 불이 반짝이는 것처럼 빠르다(石火光陰). 시간의 가치는 금과 같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으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본 말이다. 시간이 소중하니 함부로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경구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물 흘려보내듯 한다. '왜 하지 못했느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은 '시간이 없어서' 라고 답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답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혼꾸멍을 낸 과학자가 있다.

에디슨은 이 '시간이 없어서'라는 대답을 변명 가운데 가장 어리 섞고 못난 변명이라고 했다. 왜냐면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유일한 자본이고 아무도 잃을 수 없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결코 돌아올 수 있는 왕복차표를 발행하지 않는다. 한 번 가면 그만이다. 아쉽게도 죽어서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은 사람이 있다. 영국의 극작가 죠지 버나드 쇼. "우물쭈물 하다가 내가 이럴 줄 알았지(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가 그의 묘비명이다. 정말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글 가운데 단연 으뜸이라 생각한다. "즉시현금 갱무시절(卽時現今 更無時節:지금 바로 이때다. 지나간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중국 당나라 선승 임제의현(臨濟義玄)의 법문으로 시간의 중요성을 역시 강조하고 있다.

30분의 시간을 우물쭈물 헛되이 보내다 거덜난 사람을 기억하는가. 1980년대 후반 미국 전신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이레샤 그레이다. 그는 얇은 금속을 진동시켜 소리를 전달하는 보다 우수한 과학적 원리를 발명했다. 하지만 얇은 가죽을 진동시키는 원리를 발명한 그레이엄 벨이 30분 먼저 특허를 등록하는 바람에 최초의 전화기 발명자 자리를 놓쳤다. 이에 그레이는 벨이 자신의 기술을 도용했다며 법정소송을 벌였다. 하지만 30분의 시간을 놓친 그는 12년간 법정공방 끝에 재산탕진의 엄청난 대가를 치르는 홍역을 겪었다. 시간은 기회를 포함한다. 시간을 놓치면 기회도 놓친다. 중국 상서(尙書) 태서(泰誓)편에 나오는 '시불가실(時不可失)'이란 말을 들어봤는가. 주(周)나라가 은나라를 정벌할 때, 주나라 한 장군이 군사들을 모아 놓고 "때가 되었으니 잃어서는 아니 된다(時哉弗可失)"라고 훈시를 했다. 한번 밖에 오지 않는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장군의 말에 군사들은 은나라를 멸망시켰고 이 장군은 주나라 무왕이 됐다.

이제 2010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뒤 돌아보면 허송하고 잃어버린 시간이 너무 많다. 하지만 과거에 집착하지 말자. 한다고 그 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 하루는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하루라 한다. 삶이 하루 남았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하루를 살 수 없지만, 자주 이 심정으로 사는 것도 알찬 하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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