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나영 음성군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임

한해가 마무리되는 이 때, 연말에는 의례 그렇듯 올 한 해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멋진 피겨스케이팅으로 기쁨을 안겨주었던 김연아 선수, 국민을 슬픔과 충격에 몰아넣었던 천안함 침몰사건, 그리고 최초의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던 남아공 월드컵 경기 등. 이런 굵직한 국가적 뉴스 중에 우리는 지난 6월 2일의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빼놓을 수 없다. 전국적 선출인원만 3991명, 선거관리 투입 인원 38만여 명, 선거 소요비용 약 8천300억이라고 하니 과연 "사상 최대규모"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사건 중의 사건이었다.

쾌청한 날씨와 1인 8표제라는 다소 복잡한 절차에도 불구하고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점, 접전양상 국민들의 다양한 생각과 시각들이 마찰되어 보여줬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이 선진민주사회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선거에 한 몫 한 것 같아 선거관리자로서 보람을 느낀다.

누구나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읽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토끼는 어째서 경기에 진걸까. '자만해서' '게을러서' 아니다. 바로 토끼와 거북이가 달린 목적이 달랐기 때문이다. 토끼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단지 거북이를 이기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래서 무작정 뛰다가 거북이가 보이지 않자 자고 말았다. 반면 우리의 거북이. 거북이의 목적은 뚜렷했다. 바로 결승점에 도착하는 것. 그래서 토끼가 자건 말건, 꾸준히 걸었기 때문에 승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번 6·2지방선거와 관련하여 대검찰청이 밝힌 선거법 위반 입건자수는 당선자 10명 중 한 명꼴이며, 입건 사유는 후보자 비방 등 거짓말 선거가 168건(34.6%)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고 한다. 단지 눈앞에 보이는 경쟁자를 이기기 위한 단편적인 당선자는 '선거'라는 긴 경주에서 이길 수 없다. 어떻게 해야 선거의 결승점, 즉 유권자의 한 표 한 표에 담긴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지 꾸준히 고심하는 후보자만이 승리를 차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권자는 이러한 대표자들을 어떻게 응원하고 지지할 수 있을까.

바로 매니페스토다.

매니페스토란 구체적인 예산과 추진 일정을 갖춘 선거 공약이다. 다시 말해 선거와 관련하여 유권자와의 계약으로써의 공약, 곧 목표와 이행 가능성, 예산 확보의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공약을 말한다.

우리는 늘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를 펼쳐달라고 요구하지만, 정작 우리 손으로 뽑은 정치인이 어떤 사업을 약속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실제 이행하고 있는지 지켜보는 유권자는 많지 않다. 지역을 이끌어갈 일꾼을 뽑은 선거였던 만큼 이번 선거의 매니페스토 공약은 정치, 행정 분야와 교육 등 우리 생활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야의 약속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하다. 우리는 국민의 권리로서 대표자를 뽑았지만, 그러한 권리에는 대표자가 국정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잘했을 땐 칭찬과 격려를 잘못했을 땐 건전한 지적과 비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책임도 뒤따른다. 이렇게 유권자가 적극적으로 대표자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보낼 때, 대표자는 유권자를 위한 정책을 꾸준히 생각할 수 있으며, 우리의 궁극적인 결승점, 즉 국민 모두의 안녕과 행복을 이룰 수 있다.

이제 '민선 5기'의 경주는 이미 시작되었다. 대표자는 후보자로서 약속했던 공약을 초심을 가지고 이행하여야 하며, 묵묵히 국민을 위한 정치로써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국민은 자신이 뽑은 대표자가 충실히 공약을 이행하고 있는지, 공약을 은근슬쩍 얼버무리는 일은 없는지 지켜봄으로써 스스로가 정치적 감시자로서의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하여 공정하고 중립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자들에게 기대감과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 국민의 참여로 이루어져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더 나은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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