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안태영 제천제일고 교감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라는 함민복 시인의 시집이 있다.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겠지만 '경계의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신비로움' 내지는 '조화와 사랑의 창조성'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경계에서 피는 일출의 장관을 상상해보면 이 의미가 칼라사진처럼 선명해진다. 그러나 경계와 경계의 만남이 창조적 승화가 되기 위해서는 어둠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요즘 학생들은 시간의 경계에서 꽃을 피우기 위해 자신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중 3학생은 고등학교 진학이라는 경계에서, 고3 학생은 대학 진학이라는 경계에서, 대학 4년생과 재수생은 사회 진출을 위한 경계에서 자신의 꽃을 피우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그 경계에 어울리는 꽃을 피운 학생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라. 사회생활 하는 어른들치고 몇 번의 실패와 절망을 겪지 않은 사람은 없다. 경계 중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도 있다. 이 경계에서 사는 꽃 중에는 가장 아름다운 게 바로 '희망의 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까지 살면서 삶의 끈을 놓아버리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이 희망의 꽃향기를 맡고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찬 서리 맞고 피는 국화꽃 향기가 진하듯이 숱한 시련과 아픔을 견뎌낸 삶이 더 고귀하다. 이런 사람 중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사는 분들이 많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 중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제일 먼저 출근해서 쓰레기를 줍는 분이 있다. 출근하면서 그 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상쾌해진다. 한 손에 비닐 봉투 들고 한 손엔 긴 집게를 들고 허리 굽혀 조용히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보면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처럼 성스럽게 보인다. 건강상의 문제로 경계에서 시련을 겪은 적도 있지만, 건강한 사람보다 더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런 분을 보면 어떤 뜨거움을 느낀다. 이웃까지 따뜻하게 녹여주는 실천의 훈훈함은 그 사회의 문화 수준을 높여주는 소중한 보일러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나는 지난 날 국어시간 시작과 끝날 때, 학생들에게 시를 낭송하게 했다. 그 중에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 는 아주 짤막하고 평범한 표현이지만 유명한 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경계에 서있는 학생들에게, 또는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칼날 같은 시험대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해 보여주고 싶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는 것을. 그러나 그 꽃은 시련과 절망을 이겨내야 피는 꽃이라는 것을. 그렇게 피어난 꽃은 자신만의 방만 따스하게 지피는 연탄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데우는 불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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