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눈-김 동 우 YTN 청주지국장

수퍼 박테리아(Super bacteria)! 참으로 듣기만 해도 섬뜩한 말이다. 최근 이 수퍼 박테리아(多劑耐性菌)가 우리나라에 침입했다. 아니면 아비가 불분명하게 태어났다. 현재 4명을 덮쳤다. 이 수퍼 박테리아는 항생제를 분해하는 특이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어 여러 종의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다. 감염이 확산되지 않을까 의학계와 보건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박테리아. 우리 말로 세균(細菌)이다. 하등한 생물체로서 일반적으로 단세포로 활동하는 미생물을 총칭한다. 서식지는 흙이나 물은 물론 동물체내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세균하면 머리에 뿔이 나있고 흰 이빨을 드러낸 채 입을 벌리고, 한 손에 삼지창을 든 다소 코믹하면서도 아주 흉악한 모습이 연상된다.

이처럼 세균은 선량을 괴롭히거나 아예 망가뜨리는 불한당으로 묘사되고 있다. 아주 치명적인 세균도 많다. 숙주(인간 등 동물)에 기생한 뒤 그 숙주를 죽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세균이 인간 신체 어느 부위에 사는가에 따라 병원균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세균 가운데 가장 많이 들어본 대장균. 大腸에 사는 세균을 총칭한다. 놀라지 마라. 우리 대장에는 무려 500-1000여종에 100조(참고 인간세포 60조개) 마리가 오순도순 사이좋게 살기도 하고 서로 치열한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이들의 무게를 합하면 900g-1300g이나 된다. 대장에 사는 세균의 85% 정도가 우리 몸에 유익한 균(락토바실루스)이고 나머지 15% 정도는 해로운 균(클로스트리디움)이다.

이 유익한 세균의 임무가 무엇이기에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하는가. 공생이 아니라 우리가 먹이를 주면서까지 세균을 잘 기른다고 하는 편이 오히려 더 좋을 듯싶다. 우리는 세균과 함께 사는 것도 모자라 먹이고 재워주고 애지중지 키우기까지 한다는 얘기다. 심지어 성대한 잔치도 베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몸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세균들은 우리 몸이 소화시킬 수 없는 식이성 섬유소를 분해해 영양분으로 만드는 능력을 가졌다.

세균의 주식이 식이성 섬유소다. 세균은 위 등 소화기관에서 소화될 수 없는 섬유소를 분해해 영양분을 섭취한다. 세균이 먹고 남은 영양분은 우리에게 흡수된다. 우리가 식이성 섬유소를 먹지 않으면 세균은 굶어 죽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세균은 우리 몸으로부터 식이성 섬유소를 제공받는 대가로 우리에게 열심히 영양분을 만들어 줘 아주 고마운 존재이다.

더욱이 세균은 비타민B도 합성해 우리에게 제공하고, 칼슘과 마그네슘 그리고 철분 등 무기질을 흡수하도록 돕는 등 아주 큰 일을 한다. 이 대장균이 없다면, 인간 자체 능력으론 소화하지 못한 식이성 섬유소 등 영양덩어리 음식 찌꺼기를 그대로 배출할 수밖에 없다. 뿐 만 아니라 제때 세균이 먹지 못하면 굶주려 힘이 없거나 죽어 나쁜 세균을 무찌를 수 없다. 그러니 우리가 식이성 섬유소가 많이 함유된 보리나 콩 야채 등을 자주 먹지 않을 수 있겠나. 이 세균은 음식물을 분해하면서 생산한 황화수소 가스를 '방귀' 형태로 몸 밖으로 내보내 장내 염증과 궤양도 방지한다. 대장 속의 세균들은 죽고 새로 태어난다. 죽은 세균은 물론 산 세균이 대변과 함께 배출되는데 대변 1g에 1억 마리의 세균이 들어있다. 고로 대변을 세균덩어리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하튼 유익한 장내 세균부터 튼튼하게 키우자. 이의 선결조건은 식이성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물의 적절한 섭취다. 좋은 세균이 가공식품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을 먹고 사는 나쁜 세균보다 힘이 더 세 유해균을 한방에 무찔러야하기 때문이다. 항생제를 남용하지 말자. 나쁜 세균을 죽이려다 좋은 세균도 죽이기 때문이다. 야무지게 키운 여러 세균들이 수퍼 박테리아를 삼지창으로 찌르고 뿔로 치받아 죽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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