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중 전 제천시의원

얼마 전 온 국민에게 믿음을 저버린 일이 있었다. 다름 아닌 온 국민의 따뜻한 성금으로 삶이 어렵고 불우한 이웃에게 건네주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였다. 배신감에 사로잡힌 국민들은 아마 밤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우리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신뢰의 부족이 아닐까.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네티즌들은 사랑의 열매를 비리의 열매라고 빈정거리기까지 한다. 다시는 모금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사람들도 꽤 있다. 일각에선 다른 모금 기관도 불신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모금을 기피하는 또 다른 사회적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래도 우리시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전년도보다 많은 성금을 십시일반 모았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는 성금 모금기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지역사회교육포럼에선 우리 사회가 경쟁과 존중이 공존하는 건강한 공동체라고 답한 국민이 전체의 29.2%에 불과하다는 설문결과가 발표되었다.

설문조사에선 대기업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하니 불신만능사회로 가고 있지는 않는지 한심하지 않는가.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답변은 고작 7%에 불과했고, 공직자와 정치인이 법과 시민을 존중한다는 응답은 그보다 훨씬 못 미치는 5.2%에 그쳤다고 한다.

이러한 사회적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우리 국민은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지 그저 막막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우리사회를 이끌어 가는 리더그룹인 정부, 기관, 대기업 등에서 먼저 공정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 않는가.

다양한 비리나 윤리적 문제가 터지면 그때야 고치고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선 곤란하다.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임시방편의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시 윤리감사 체계를 갖춰 사고를 미리부터 예방하고, 신상필벌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기업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촌극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연말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연말연시를 맞아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자며 다양한 연례행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에선 많은 사람들이 행사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이유는 오직 기업의 이미지 제고다. 기업이 봉사활동을 하거나 기부금을 냈다고 해서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고용을 늘리거나 탈세하지 않고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업 홍보를 위한 도구로 사회공헌 활동을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해 진정성에 의심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일회성 이벤트나 계절성 연례행사는 지양해야 한다. 이 사회에서 공정한 분배가 되지 않고 있는 빈틈을 찾아 꾸준히 기업 활동의 과실을 환원해야 한다. 기업 성장과 사회 성장을 동일선상에서 보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해 나간다면 기업에 대한 불신의 시선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서로 연결된 하나의 네트워크다. 내가 갖는 진정성은 언젠가 내게 진정성의 회신으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또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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