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 충북도의회 의원

전북 완주군 고산면에 위치한 삼우초등학교는 학생 114명과 교직원 19명이 함께하는 시골 작은 학교이다. 들어서면서부터 여느 학교와는 다른 외관을 하고 있었다. 둥근 원형의 독특한 학교건물은 도무지 학교라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더욱이 교실마다 밖으로 통하는 현관 같은 작은 문이 나있어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이 문으로 주로 다니고 있다.

폐교위기의 시골 작은 학교에 서울에서 전학 온 아이들과 전북 내에서 이사 온 아이들이 60여 명 씩이나 함께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들이 지난 6년 여간 지켜가고자 했던 작은 학교의 성공신화를 직접 듣고 보고 싶었다. 삼우초 교감선생님으로부터 들은'작은학교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삼우초의 철학

시골의 작은학교이기 때문에 오히려 가지고 있는 장점의 활용 방법이 무엇인지, 모든 선생님들이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이 공유된 학교, 기왕에 함께한 학교운영철학의 합의에 대해 지켜가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특히 새로 부임하는 교장선생님의 교육관에 따라 달라지는 학교정책이 아닌 오히려 학교 구성원들이 애초 만든 철학을 유지하고 지켜가려 한다는 점이 믿음직스러웠다.

#정규수업으로 승부

모든 결정과정은 민주적 토론을 거쳐 정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학교 정체성에 맞추어 만든다. 모방하면 오히려 성취감과 보람을 못 느끼므로 이곳에 맞는 독창적 방식을 적용한다. 고품질의 일상수업의 질 향상을 목표로 모든 선생님은 1주일에 한 번씩 동료교원에게 공개하고 수업모형의 개발을 통해 수업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교감선생님은 어린이들이 학원, 방과 후, 학습지 등 아이들이 서너 배의 학습 하중에 걸려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변한다. 선행학습을 지양하고 정규수업에 집중하며 양은 줄이고 성과는 높인다는 목표아래 선생님들이 저녁 10시까지 수업준비를 하는 모습이 당연시 되는 학교라고 한다.

#지금의 삼우초가 있기까지

2002년 폐교직전까지 갔던 초등학교 두 개(삼기초와 고산서초)를 통합하는 과정에서부터 지역주민과 선생님들의 작은 학교 살리기는 시작되었다. 그러나 2004년 한 해 동안의 노력에 대해 모두가 '실패'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 이유는 많은 결손가정과 농촌의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어린이들의 머릿속에 아무리 좋은 교육을 집어넣으려 해도 불가능 했다고 한다. 그래서 모든 선생님들이 함께 심신수련 연수를 다녀오고 어린이들의 인성교육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당연히 삼우초에는 다른 학교에는 없는 '심신 단련실'이 있다.

#지극히 상식적인 그래서 민주적인

선생님들이 학교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주민들과 함께 지향했던 것이 민주적 토론과정과 전원 합의의 과정이었다. 당연히 교실마다 입구, 심신단련실, 도서관, 학교모양이 모두 어린이 중심이 되었다. 더욱이 1년에 몇 번씩 전체 어린이 총회를 여는데 이곳은 저학년 어린이들이 고학년 선배들을 고자질하는 자리이다. 지적받은 고학년 선배들은 사과를 하든지 아니면 변명이라도 해야 한다고 한다. 또 산골짜기 가난한 집 어린이가 전교 어린이 회장이 되었을 때 오히려 도시에서 전학 온 학생들의 부모님들이 의아해 했다.

#지속가능한 교육철학

삼우초 교장과 교감선생님은 삼우초의 선생님 출신이다. 삼우초 살리기를 위해 교장, 교감으로 발령을 요청했다. 초기 함께했던 선생님들도 든든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선생님들은 4∼5년 내에 자리를 이동해야 한다. 그동안 만들어 놓았던 교육공동체는 또 다른 선생님들에 의해 승계된다. 작년에 초임발령 받은 두 명의 교사가 새로 부임했는데, 이들은 스펀지처럼 이곳의 문화와 전통을 흡수하면서 민주적인 합의과정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이제 삼우초의 철학은 새로 부임되는 선생님들에 의해 전수된다. 느리고 오래 걸려도 토론을 통해 합의해 냈던 삼우의 교육철학이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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