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한 마리 배달해주세요'.

밤늦은 시각 카이스트 학생들이 출출함을 참지 못해 끝내 치킨을 주문한다. 시험기간에는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간에도 학생들은 도서관 또는 기숙사 안에서 책을 열심히 들여다본다. 이렇게까지 밤늦게 공부하다 보면 삼삼오오 모여 뭔가 배를 채울 고민을 하다 마침내 누군가 전화기를 들곤 한다. 이것이 요즘 학기가 끝날 무렵 학교안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는 밤 풍경이다.

얼마전 대기업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판매논란이 전국을 시끄럽게 했다. 시중에서 1만5천원에 판매하는 치킨을 1/3가격인 5천원에 살 수 있다니 소비자들로서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치킨 판매 논란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기존 프랜차이즈 업계가 반발하는 등 가격거품 논쟁까지 불러일으켰다. 롯데마트 치킨은 소비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았지만 대기업이 영세 중소상인의 상권마저 장악하려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결국 이 문제가 정치권까지 확산되면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탓인지 롯데마트는 치킨 판매 며칠만에 자발적으로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롯데마트는 통큰치킨을 판매해서 이익을 남긴다기 보다는 미끼 상품으로 이용하려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치킨을 사러 마트에 들르게 되면, 기다리는 동안 다른 물건을 구입한다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것은 기업체로서 당연한 영업 논리다. 문제는 이것이 영세 상인들의 상권을 침해하고 이들의 생존권이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치킨 시장 규모는 약 5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롯데마트가 전국의 매장에서 일 년 내내 치킨을 판매한다고 하여도 그 양은 전체 시장 규모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롯데마트 치킨판매 논란은 이 기회에 프랜차이즈 치킨의 가격거품을 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프랜차이즈업계나 일반 치킨판매점들도 치킨의 분량이 많고, 가격이 싼 통큰치킨 같은 제품보다는 보다 차별화된 새로운 제품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먼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 돌아오는 원양어선의 어장 안에는 메기와 같은 포식자를 넣어둔다고 한다. 그러면 몇몇 물고기는 잡아먹히겠지만 나머지 물고기들은 메기를 피해 달아나느라 더욱 생생한 상태가 된다고 한다.

롯데마트의 치킨판매가 과연 우리나라의 치킨 시장을 흐리는 미꾸라지가 될지 아니면 치킨시장을 더욱 건전하게 만드는 메기가 될지 조금 더 지켜보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박종찬 카이스트 물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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