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눈-최 용 현 법무법인 '청남' 대표변호사

2010년이 어느덧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연말이 되면 모두들 多事多難(다사다난)했던 1년이 지나고 있다고 한다. 2010년을 되돌아보며, 정말 어떠한 경우에 다사다난했던 1년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느끼게 된다.

1년 내내 4대강 사업의 적실성 논란, 연말의 그에 대한 예산안 강행처리와 그에 따른 국회파행, 천안함 침몰 사건, 6.2 지방선거에서의 야당의 승리,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16강 진출, 스마트폰 열풍,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비롯한 총리·장관 후보의 대거 낙마, 북한의 3대 세습군주 김정은의 등장,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의 선전, 배추 한포기에 1만5천원이 넘어가는 금(金)치 파동, G20 서울정상회의, 북한의 연평도 포격, 허각·박칼린으로 대표되는 아마추어 열풍,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사건, 한미 FTA 추가협상 타결, '정의란 무엇인가',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등의 인문학의 열기 등 지난 1년간 때론 열광하고, 때론 절망하고, 때론 희망에 부풀고, 때론 절규하는 너무나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다.

이 많은 사건, 사고 중에 최대 화두를 찾는다면, '천안함 사건', '김정은', '연평도 포격'으로 대표되는 '북한'일 것이다. 80년대는 독재타도, 호헌철폐 등으로 표현되는 '민주화'가, 90년대 중반이후는 세계화, IMF 사태, 한미 FTA 등으로 표현되는 '신자유주의'가, 그 이후는 노무현, 탄핵정국, 촛불 집회, 민주주의 위기론 등으로 표현되는 '민주주의'가 최대 화두였다면,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 향후 10여년간은 '북한'이라는 단어가 최대 화두가 될 것이다.

민주화, 신자유주의, 민주주의 문제는 어찌 보면 선택에 대한 선악, 찬반의 입장표명이 단순하고, 그때 고려하여 할 변수가 비교적 단순하였다. 그러나 북한 문제는 향후 대응 정책에 대한 결정에서 고려하여야 할 사항이 너무나 복잡하여, 국내적·군사적 변수이외에 국제적·인도적 변수도 고려하여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복잡하고 뒤섞인 변수에 반비례하여 그 정책의 결과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하다는 것이다. 그 정책 실패에 따른 결과는 단순한 정책결정자의 정치적 패배, 경제적 실패, 사회적 혼란에 끝나지 않고, 한 국가·사회·국민을 모두 파멸로 이끌 정도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이은 남북의 대치국면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남북한 모두 휴전선과 NLL부근에 화력을 집중하여 무력시위를 하고 양쪽의 고위 당국자들은 전방지역을 방문하여 강력 대응을 독려하고, 남북한 주류언론 모두 강력 응징, 보복이라는 말로 일전을 불사하라고 주문하고, 남북한 시민들은 서로간에 제2의 연평도 포격이나 평양공습의 공포를 이야기 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서해에 군사력을 집중하며 서로를 비방하는 등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정치적 대결국면이 격화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冷戰(냉전)의 심화를 넘어 熱戰(열전) 직전의 위기 상황으로 보인다

국제정치학에서 사용되는 게임이론중에 '치킨게임(chicken game)'이라는 것이 있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게임으로 두 명의 경쟁자가 도로의 양쪽에서 각각 차를 몰고 서로 정면을 향해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 핸들을 먼저 꺾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국제적 냉전체제 이후의 미·소간의 군비경쟁을 이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결국 치킨게임이 주는 교훈은, 겁쟁이(치킨)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만일 어느 한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게임에서는 둘 다 승리자가 되지만, 남는 것은 양쪽 모두의 파국이라는 것이다.

자동차 치킨게임의 결과가 경쟁자 2명이 목숨을 잃는 정도이고, 미·소간의 군비경쟁이 양국의 국가예산의 낭비만 갖고 왔지만, 북한과의 치킨게임, 戰爭不辭(전쟁불사)는 우리를 파멸로 이끌 수도 있으므로, 마냥 마주보고 치달을 수는 없는 것이다. 더욱 낭패는 다른 뾰족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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