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눈-김 동 우 YTN 청주지국장

'두 마리의 토끼를 잡다'. 뒷걸음치다 쥐 잡은 소처럼 횡재를 얻는다는 의미지만 인간의 욕심을 경계하는 속담이다. 수 없이 많은 동물 가운데 개도 아니고 닭도 아닌 왜 하필 토끼를 비유했는가. 현실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토끼는 보다 사나운 동물 등을 만나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절대 함께 도망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도망쳐 최소한 한 마리는 종족번식을 위해 살아남는다.

특히 토끼는 위기에서 벗어나면 그 속도와 기세가 대단해(脫兎之勢) 사실 한 마리조차 잡기 힘들다. '토끼다(도망가다)'라는 단어가 '토끼'에서 유래될 정도이니 토끼는 대단한 꾀보다. 토끼가 꾀를 낸 최대 사건은 고전소설 '토끼전'에서 잘 묘사되어 있다, 용왕에게 간을 빼앗김은 물론 생명조차 부지할 수 없을 알게 되자 잽싸게 기지를 발휘한다. 간을 햇볕에 말리려고 꺼내 놓고 왔다고 속여 위기를 모면한다.

거북이의 8촌 쯤 되는 자라(계통분류학 거북目) 등을 타고 육지로 나오면서 한때 잠깐 실수로 거북이와의 경주에서 당한 굴욕감을 통쾌하게 보복한다. 토끼의 영리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위기와 재난을 피하기 위해 굴을 세 개씩이나 파 놓을 정도다(狡兎三窟). 호랑이 없는 굴에선 토끼가 왕 노릇을 한다(谷無虎 先生兎). 토끼는 죽었을 때 울어줄 친구 여우도 있다(兎死狐悲). 간사스럽고 영악한 여우가 토끼의 죽음을 애도할 정도면 토끼의 품성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토기는 깊은 산 속 옹달샘 물도 새벽에 가장 먼저 와서 마실 정도로 부지런하기도 하다.

반면 토끼는 잠간 실수로 망신을 당하거나 불이익을 받은 수치스런 역사도 가지고 있다. 낮잠이 원인이 됐다. 거북이와 경주에서 낮잠 때문에 졌다. 멍청하게도 실수는 반복됐다. 아득한 먼 옛날 정월 초하루 천주(天主)가 짐승들에게 세배 하러 천상의 문으로 오라 했다. 달리기에 자신만만했던 토끼는 경쟁대열에서 이탈해 잠시 낮잠을 즐기는 바람에 1등 대신 4등을 하고 말았다(十二支干에서 子丑寅卯). 인간의 게으름을 경계하는 이야기로 회자되고 있다.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은 예도 있다. 宋나라 한 농부가 밭을 갈고 있는데 토끼가 갑자기 달려와 밭 가운데 그루터기를 들이받고 죽었다. 이에 농부는 더 이상 밭을 갈지 않고 그루터기 앞에 앉아 또 다른 토끼가 그루터기를 들이받고 죽기를 기다렸다(守株待兎). 하지만 잇따라 오는 토끼는 모두 그루터기를 피해갔다. 농부는 굶어 죽었다. 토끼의 지혜로 인간의 게으름과 몽매함을 비웃는 고사성어다.

토끼가 두 번의 낮잠실수가 있었지만 총명하고 날쌔며 위기극복을 잘하고 지혜로우며 해학적인 동물임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왜 그럴까. 토끼의 귀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쫑긋하게 솟은 두 귀로 많은 것을 듣기 때문이다. 두 귀는 소통의 시작인 경청(傾聽)이고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지혜의 상징이다.

스님이 함정에 빠진 호랑이를 구했다. 그러나 굶주린 호랑이는 스님을 잡아먹으려 했다. 지나던 소도 "사람들은 짐승들에게 일만 죽도록 시키고 고기까지 먹으니 스님을 잡아먹어야한다"고 거들었다. 이들은 토끼에게 판결을 요청했다. 토끼는 '처음부터 보지 못했다며 어떤 상황인지 보여 달라"고 했다. 호랑이가 다시 함정에 들어가자 토끼는 재판이 끝났다며 스님에게 가라고 했다. 참으로 솔로몬도 칭찬할 지혜로운 판단이 아닌가.

토끼는 달 속 계수나무 아래서 절구에 불사약을 찧고 사는 선한 동물이다. 남을 공격할 무기도 없다. 그저 예리한 감각과 지혜로 위태로움을 피하는 영특한 동물이다. 내년이 이런 토끼의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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