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지사 "예방접종" 호소 · "힘 보태자" 각계 방역지원

거침없이 전파되는 구제역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충북 방역당국이 조류인플루엔자(AI) 공포까지 겹치는 바람에 홍역을 앓고 있다.

두가지 전염병이 동시 발생하는 '겹치기'가 현실화되는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시종 지사는 급기야 구제역 예방접종을 촉구하는 대도민 호소문까지 발표했다.

◇ 충북 구제역, 5시·군 16곳으로 확산

13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8일 충주시 앙성면에서 시작된 충북의 구제역은 16일만인 이날 오전 현재 충주·괴산·진천·음성·청원 등 5개 시·군 16개 지역으로 확산했다.

전날 접수한 의심신고 8건 가운데 진천 문백면(돼지), 청원 오창읍(젖소), 괴산 사리면(돼지) 3건 등 5건에 대해서 양성판정이 내려졌다. 정밀검사가 진행 중인 의심신고사항이 9건에 달해 구제역 확진이 이뤄질 지역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 5만8381마리 매몰…축산기반 붕괴 우려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도내 12개 시·군이 살처분한 소·돼지는 5만8381마리에 이른다. 매몰대상 6만9799마리 가운데 84%가 살처분됐고, 아직도 1만1418마리가 매몰을 앞두고 있다.

소는 전체 사육두수의 0.6%인 1409마리가, 돼지는 12%인 6만8345마리가 매몰됐고 염소 45마리도 매몰처리됐다. 구제역 발생농가가 갈수록 늘기 때문에 매몰처리되는 가축도 그만큼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자칫 축산기반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근심도 커지고 있다.

◇ 예방접종 전국확대…충북, 17일까지 완료

충북도가 지난 10일 예방백신접종을 도내 모든 시·군으로 확대한데 이어, 이번엔 중앙정부 차원에서 고강도 대책이 나왔다. 농식품부는 예방접종지역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충북은 당초 접종대상 돼지·종돈·모돈 29만8190마리(농가 1만2924호) 가운데 18만4410마리에 접종을 마쳐 접종률을 62%까지 끌어올렸다. 전날 오전까지 51%였던 접종률이 하루 사이 10%이상 상승한 것이다. 충주·보은지역 일부 농가가 '설대목'을 보기 위해 접종에 반대하고 있는 점을 제외하면 별다른 저항은 없을 것이라는게 충북도의 판단이다.

도는 당초 접종완료일을 휴일인 16일로 정했지만, 일부 시군에서 "하루 더 연장해달라"는 요청이 나오자 하루 연기했다. 소의 경우 12일 오후6시 현재 제천(2%), 충주(6%), 보은(10%), 옥천(4%), 영동(5%)지역의 접종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극히 낮은 상황인데 5개 시군의 분발이 요구된다.

◇ 이시종 지사 "접종예방" 호소

구제역이 거침없이 확산하자 이시종 지사는 예방접종을 권유하는 호소문까지 냈다. 이 지사는 '구제역 조기종식을 위한 대도민 호소문'을 내고 "늦어도 이달 17일까지는 예방접종을 마무리해야 구제역이 수그러들 것"이라며 "예방접종이 마무리되면 구제역이 계속 확산하더라도 해당 농장의 가축만 살처분하면 되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예방접종이 마무리되면 항체형성기간(2주)이 경과되는 설명절이 지나면 구제역은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예방접종만 하면 정상적인 출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더 무서운 AI, 방역망 뚫리나

국내 감염사례는 나오지 않았지만 구제역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은 인수공통감염병인 고병원성 AI(H5N1)이다. 12일 저녁 철새도래지인 청원군 옥산면 신촌리 미호천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검출됐다는 통보가 농림부로부터 전해져 방역라인에 비상이 걸렸다.

충남대 수의과학대학이 지난 3일 미호천 일대 야생조류의 분변을 채취해 정밀검사를 한 결과 이날 AI양성 판정이 나온 것이다. 전날 오리 2800여 마리가 폐사하는 일이 발생한 진천의 한 농장으로부터 전날 AI의심신고가 접수된 상황에서 비록 야생조류이긴 하지만 첫 양성판정이 나왔다는 점에서 당국은 긴장을 늦추기 어렵게 됐다.

도는 야생조류 분변에서 검출됐기 때문에 현재로선 가금류에 전파될 가능성은 아직 낮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야생조류가 닭·오리 사육농장에 침투하는 등의 위험요인이 있는데다 AI가 충북과 접한 충남, 경기도까지기 확산한 상황이어서 구제역에 AI까지 겹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신촌리 일대 반경 10㎞를 관리지역으로 설정하고 차단방역을 위한 소독시설을 급파했다. 또 닭·오리 도축장 8곳과 농가 19곳을 특별관리하는 한편 청주 무심천과 미호천 등 철새도래지와 야생조류가 서식하는 음성 양덕저수지, 보은 보청천, 청원 석화천 등에 대한 방역활동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 "혹시 AI" 의심신고 잇따라

진천 초평면에서 첫 의심신고가 나온 이후 위기감을 느낀 농장주들의 의심신고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음성군 대소면 미곡리 육우오리 농장에서 사육하는 8000마리 가운데 12일부터 지금까지 200여 마리가 폐사했다는 농장주의 신고가 접수됐다. 도는 현지에 검역관을 파견해 시료를 채취하는 등 검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 "힘 보태자" 각계 방역지원

구제역 방역에 힘을 보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청주·청원군 도의원 17명은 14일부터 17일까지 청주시 주중동 바이오엑스포장 앞 초소에서 매일 8시간씩 구제역방역에 나서고, 다른 지역의 도의원 18명은 해당 지역구에 설치돼있는 초소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의회사무처 직원들은 앞서 12일부터 청원군 미원면 초소에서 3교대로 24시간 방역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충북도는 구제역 확산속도를 잡기 위해 공공근로 인력을 추가 투입키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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