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손 비벼가며 일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그런지 정말 춥네요. 내일부터 당장 내복을 입어야겠어요"

18일 오후 1시 충북도청 한 사무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들어온 A씨는 자리에 바로 앉지 못하고 햇볕이 드는 창가를 찾아 손을 비빈다.

오전 11시부터 중앙난방이 꺼진 상태에서 다시 점심시간동안 사무실이 비어있은 터라 2시간 동안 온기가 없었던 사무실은 한기가 느껴진다.

잠시후 A씨는 자리로 돌아가 무릎담요를 덮고서야 컴퓨터 전원을 켰다. 이 사무실엔 숄(shawl)을 두른 여직원들은 물론 장갑을 끼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직원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전력수급 비상상황에 대비해 에너지절약 실천운동에 들어간 첫날 도내 각 지자체와 교육기관, 공기업들은 추위와의 한바탕 전쟁을 치르느라 홍역을 치렀다.

정부의 지침에 따라 피크시간대인 오전 11시와 오후 5시에 1시간씩 난방이 중단되면서 미처 이같은 사실을 모른 직원들은 다소 짜증을 내기도 했다.

선뜻 내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에너지 절약에 가장 앞장 선 것은 지자체와 공공기관이다.

충북도청은 일과시간중 개인 전열기와 온풍기 사용을 이전부터 금지해오고 있으며, 사무실마다 책임자를 정해 실내온도를 18℃ 이하로 맞추는데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2시께 이 사무실 온도는 15.7℃로 나타났다.

충북도청은 지난해말 전체 여직원들에게 무릎담요를 나눠준 효과를 톡톡히 보고도 있다.

지난해 청사 에너지를 대폭 절감해 에너지 절감 우수 자치단체로 보통교부세 7억원을 확보한 제천시는 시청사에 50kw급 태양광발전시설과 단열 창호를 설치해 에너지 누수를 막기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 부서별로 에너지 지킴이를 지정하고 타이머를 이용해 불필요한 전기기기 동작을 방지하고 에너지 절약형으로 사무실 전등 전원을 개수하거나 조정하고 있다.

보은군은 2015년까지 에너지 사용량 20% 절감을 목표로 올해는 평균 4%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점심시간 컴퓨터 끄기, 냉온수기 타이머 설치, 군청내 전등 30% 이상을 LED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불필요한 조명과 전등을 끄기위해 13개 실과와 11개 읍면, 3곳 직속기관에 각각 5개씩 개인 스탠드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보은교육청도 오전과 오후에 2시간씩 하루 4시간 난방기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진천군은 점심시간에 일괄 소등과 함께 청사내 냉난방 자동제어 장치를 설치해 18℃를 유지하고 있다.

추운 날씨를 견디기위한 직원들간 훈훈한 정도 꽃피고 있다.

청주시청 한 공무원은 "날씨가 춥다보니 몇몇 직원들이 간식으로 따뜻한 어묵과 붕어빵을 사와 나눠먹으며 동료애를 과시하고 있다"며 "솔직히 불만도 있지만 구제역 방역초소에서 근무하는 동료들을 생각하며 에너지절약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공서의 모든 사무실이 적정온도를 지킨 것은 아니다.



이날 오후 임시회가 열린 충북도의회 본회의장은 보란듯이 24.1℃를 가리켰다. 뒤늦게 취재사실을 알고 난방기를 서둘러 끄는 볼썽스런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계속되는 한파로 인한 전력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백화점, 대형마트 등 에너지 다소비 건물의 실내 난방온도를 오는 24일부터 2월18일까지 4주간 20℃ 이하로 제한하는 등 에너지 절약을 위한 국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 박익규 addpark@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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