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세계영화의 변방위치를 감수해야했던 한국영화는 새로운 세기를 맞아 주류편입의 야심을 키우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속에서 몇몇의 한국영화들이 거두어들인 괄목할만한 성과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관객들앞에 보여지는 한국영화의 몰골은 자못 처참해서 「시일야방성대곡」이라도 써야 할 지경이다.
 우려는 일찍부터 있어왔다. 덩치가 커진다고 머리도 차는 줄 아는 짧은 생각들이 허겁지겁 한국영화 산업 부흥론에 불 지필때 위기는 예고돼있었고 그 구체적인 징후는 오래지않아 나타났었다.
 지난 여름 「비천무」가 취약한 완성도로 관객들에게 실망을 준 뒤 가을에는 「싸이렌」이 빈약한 몰골로 외면을 받았다. 여기에 「단적비연수」가 개봉됐을 때, 한국영화를 아끼는 많은 팬들은 깊이 좌절하고 분노했었다. 정말 이 영화가 「박하사탕」과 「오! 수정」「춘향뎐」을 만드는 나라에서 만들어진게 맞는지 지나는 사람에게 묻고 싶을 만큼 영화는 몇년간 한국영화가 쌓아올린 성과를 일거에 무너뜨릴 태세였다.

 하지만 취약한 작품의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거대 배급망과 멀티플렉스의 위력으로 「비천무」「단적비연수」 등이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겼을 때 더 많은 우려가 나왔었다. 영화의 예술성과 흥행성을 점점 화합할 수 없는 반비례관계로 정립시켜가는 영화산업의 부정적 영향으로 인해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기형적 블록버스터를 만나야 할것인가, 보지 않아도 뻔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연초부터 한국영화는 차마 영화라고 이름붙이기 민망한 「대작」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광시곡」은 만든 이조차 알수없을 것 같은 부실한 이야기구조로 많은 이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영화란, 권력의 탄압 속에서 대충 만들어졌던 어떤 영화조차 따라가지 못할 경지 같았다. 그래서 제발 이 영화가 올해 최악의 한국영화이기만을 비는 심정이었던 관객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광시곡」에 필적할만한 작품이 또 개봉됐다. 찾아오지 않는 관객 때문에 평일 오전에는 아예 필름을 돌리지 않는 영화가 바로 「천사몽」. 전생과 환생을 오가는 SF판타지를 표방한다는 이 영화는 그나마 이야기는 좀 된다는 점이 다행스러울 뿐 역시 목불인견의 경지를 넘나든다.
 「천사몽」에는 영화를 만든 이가 「용가리」 제작에 깊이 관여했음을 과시라도 하듯, 유치찬란한 동심(?)이 영화에 가득하다. 하지만 너그러운 관객조차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와 도무지 말이 되지않는 배경설정, 그리고 영화내내 흘러나오는 음악의 과잉은 극장을 찾은 몇 안되는 관객들을 집요하게 고문(?)한다.
 물론 어느 나라고 좋은 영화가 있으면 「같잖은」 영화도 만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문제는 볼 때 괴롭고, 생각할수록 분통 터지는 이런 작품들이 30억, 40억이라는 큰 예산을 떡주무르듯 하고 있다는데 있다. 또한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영화 전반의 구조를 흔들만큼 큰 덩치를 갖고도 제대로 운신을 못하는 이런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 그러니 비통한 심정으로 묻게된다. 정말 한국영화는 안녕하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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