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과학벨트 백지화 발언 충청권 분노

설 밑 이명박 대통령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충청권 입지 공약파기 발언에 충청권이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의 분노가 거세지자 한나라당은 정쟁을 중단하고 차분히 지켜볼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1일 자신의 충청권 대선공약인 과학벨트 입지 선정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충청권이 "충청인에 대한 사기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 오제세)은 이날 충북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공약 파기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스스로 표를 얻기 위해 500만 충청도민을 속여 왔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며 "500만 충청도민들은 오랜 투쟁 끝에 세종시를 지켜냈듯이 과학벨트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은 3년전 분명히 지난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대덕특구와 세종시, 오송, 오창을 연결하는 과학벨트를 조성하겠다고 공약하고, 한나라당 지도부도 지난 6·2 지방선거와 7·28 보궐선거 당시 과학벨트의 충청권 입지를 앞다퉈 공약했다"며 "과학벨트 공약을 내 팽개친 이명박 정부는 앞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대전시당(위원장 박범계)도 이날 논평을 내고 "이 대통령이 오늘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이란 자신의 충청권 대선공약 백지화를 공식 선언했다"며 "표를 얻기위해 영혼을 판 이 대통령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1월 6일 대전을 방문해 '지금은 공약사항이라도 변화가 올 수 밖에 없는 여건'이라고 말했던 임기철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의 발언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며 "임 비서관의 발언은 이 대통령의 의중을 충청권에 미리 던져 공약 파기에 따른 파장을 줄여보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대전시당(위원장 권선택)도 논평을 내고 "대통령의 과학벨트에 관한 약속은 선관위에 제출된 공약에 분명히 나와있다"며 "이 대통령의 공약파기 발언은 충청권에 대한 제2의 선전포고로, 충청인들의 거세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도 성명을 내고 "불필요한 국론분열과 정부정책의 신뢰성에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되는 과학벨트 충청권입지약속 백지화계획을 이명박 정부는 지금 당장 포기해야 한다"며 "세종시 수정논란에 이어 또다시 충청민을 기만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규탄한다"며 정권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위원장 윤경식)은 대통령 발언을 달리 해석하며 민주당에 때리기에 나섰다.

한나라당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 발언의 핵심요지는 4월 이후 발족되는 추진위원회에서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입지를 선정하는 것이 맞고 그렇게 하는 것이 충청도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라며 "이는 지자체간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서 과학벨트 입지를 선정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무조건 생떼쓰고 정치적 논쟁거리로 과학벨트를 악용해선 안된다"며 "충북도당은 여론호도와 정쟁을 떠나 객관적 비교우위와 우월성에 근거해 과학벨트가 충청권에 유치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박익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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