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의영 前 충청대 교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경제는 유(U)자 형을 그리며 회복세가 더딘데 비해, 한국 경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2010년 6%대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수출실적(4천674억 달러) 세계 7위, 무역흑자 42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러한 성과는 그 동안의 금융위기 과정에서 축적된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역경을 슬기롭게 극복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올해는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완전하게 극복하고 위기 이전의 성장궤도로 진입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회복력의 약화로 경제성장이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구조적으로 무역 의존도가 국내총생산(GDP)의 90%나 되어 대외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고로 오늘 날과 같이 세계경제 회복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시장규모가 축소되어 수출에 어려움을 줄 수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성장의 리스크(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가 있다. 우선 지난 번 그리스·아일랜드의 재정위기가 포르투갈·스페인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에 있으며,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점을 들 수가 있다. 그리고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양적 완화 조치는 달러가치를 하락시켜, 원유·원자재 등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가 있다. 이같이 늘어난 유동성(달러)이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경우 경제적 버블(거품)이 커질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자금이 일시에 빠져 나가면 우리 금융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수가 있는 것이다.

오늘 날 미국은 불안하지만 민간 고용·소비가 꾸준히 늘어나 더디게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늘어난 가계부채의 조정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주택시장도 더블딥(시장이 회복되었다가 다시 불황에 빠지는 현상)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9.0%의 실업률에다 고용상황이 매우 저조하고, 재정적자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편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도 리스크(위험요소)를 지니고 있다. 중국의 경우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풀어놓은 유동성 축소같은 긴축정책이 본격화 되고 있어, 내수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소비가 부진하게 되면 우리의 수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또한 우리 경제의 주요 변수의 하나이다. 지금은 남북한 대화의 장이 마련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만일 남북 간 군사적 대결이 보다 심각한 상황에 이르면 외국자본의 이탈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과 같이 시장규모가 작은 개방형 체제에서는 외국계 자금이 빠져 나가면 증시는 급락하고 외환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가 있다. 그 외에 국가 간 환율의 문제로, 각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자국 통화의 가치를 낮춰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 할 것이다.

환율전쟁은 미국의 중국 위완화 절상 요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당장은 해결하기 어려운 지난한 문제로 남아있다. 이상과 같이 향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은 편은 아니다. 올 한국 경제의 성장 원동력인 수출도 전년도의 수준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미국·유럽·중국의 상황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어서, 수출증가율이 전년보다 낮아지고 동시에 설비투자와 소비가 감소되는 등 내수 증가세가 둔화됨으로써,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전망이다. 그러므로 부가가치가 높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금융, 교육, 문화, 관광과 같은 서비스 산업의 획기적 발전과 내수확대를 위한 정책적 전략이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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