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어카운트 수수료 인하를 놓고 국내 굴지의 두 증권사 수장들 간 신경전이 팽팽하게 펼쳐지고 있다. 한 쪽이 발언을 하면 이를 되받아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지난 7일 열린 제1회 금융투자인상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리 수준이 4%이고 증권사가 어떤 종목을 선택했는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상황에서 현재 3% 안팎인 자문형 랩 상품 수수료는 지나치게 높은 편"이라며 "미래에셋이 고객 입장에 서서 수수료율 인하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하루 뒤인 8일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취임 2년8개월여 만에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박 회장의 전날 발언에 대해 "지금은 수수료 경쟁을 할 단계가 아닌,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집중할 때"라며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문형 랩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증권이 미래에셋 주도의 수수료 인하에 동참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삼성증권은 자타공인 국내 자문형 랩 판매 1위사다. 지난해 말 삼성증권의 자문형 랩 잔고는 2조원을 돌파했다.

박 사장은 이어 "현재 랩은 일반 펀드에서 랩, 헤지펀드로 이어지는 상품 진화 과정에 있다"며 "상품 발전 초기 단계에서부터 과열 부문을 점검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해 제대로 틀을 갖춘 곳에서 상품이 판매되도록 금융당국이 규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1월 말 기준 증권사들의 전체 랩어카운트 계약 자산 규모는 36조124억원으로 집계됐다. 2001년 도입돼 2005년부터 확산된 랩어카운트 계약 자산규모는 2009년 말 20조원을 넘은 뒤 같은 해 8월 말에 32조2968억원으로 증가했다.

【서울=뉴시스】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8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3% 안팎인 자문형 랩 상품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은 편이라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 "지금은 수수료 경쟁을 할 단계가 아닌,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집중할 때"라며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삼성증권 제공) 2011-02-08

특히 투자자문사가 추천하는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자문형 랩 상품은 시판 초기인 2009년 3월 284억원에서 지난해 8월 말 2조8356억원으로 증가한데 이어 11월 말에는 4조131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랩어카운트의 급성장세를 과열로 보고 지난해 9월 안정화 대책을 마련했지만 랩어카운트의 급증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식시장 조정 시 대규모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랩어카운트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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