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 우 YTN 청주지국장

암(癌). 우리를 긴장시키고 당혹스럽게 만드는 질병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 사망원인 중 단연 으뜸이다.

왜 인간은 암에 걸릴까. 암이란 한자를 잘 살펴보면 그 이유를 다소나마 감 잡을 수 있다.

병들어 기댈 '녁'은 사람이 병상에서 팔을 힘없이 늘어뜨리고 기대거나 아픈 사람이 젓가락에 의지해 앉아 있는 모양의 상형문자다.

입(口) 세 개가 들어 있다. 입은 말하는 신체일부지만 말하기 위해선 먼저 먹어야한다.

먹는 기능이 더 크다.

입(口) 아래 산(山)이 있다. 산은 토양이 불쑥 솟았거나 쌓여 생성된다. 입이 세 개이니 먹는 량이 무척 많다. 많이 먹으면 배설량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많이 먹어 배설량이 많으면 병든다는 것을 함축한다.

암은 바위처럼 단단하다고 해서 '바위 암(岩)'자로부터 유래된 것인데 파괴(治療)하기 어려운 고질병을 뜻한다.

인간은 지나칠 정도로 많이 먹는다. '배 터져 죽겠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할 정도니 우리가 얼마나 많이 먹는가를 알 수 있다. 배(위)가 차도 더 먹는 동물은 인간뿐이라 한다. 돼지도 위가 80% 차면 더 이상 먹지 않는다.

먹이사슬에서 최고에 있는 호랑이는 굶어죽지 않을 정도만 사냥을 한다.

천년을 산다는 십장생 학(鶴)은 먹이로 배를 20%만 채우며 600살이 되면 물만 먹고 산다고 한다.

옛 스님들은 아침과 저녁만 먹었다. 수행할 때 피곤하고 배고파 마음(心)에 점(點) 하나 찍듯이 뭔가를 먹었는데 이것이 점심(點心)이다.

마음은 둘레 없는 무한대 공간이다.

이 공간에 점하나 찍은 들 무슨 표가 나겠는가.

점심양은 끼니라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소량이었다. 영어 'sad(슬프다)'는 독어 'satt'(포식하다. 배부르다)에서 왔다. 과식하면 슬퍼진다는 의미다. 슬프면 스트레스가 쌓여 건강이 좋지 않다. 건강하려면 적게 먹으라는 얘기다.

小食이 왜 좋을까. 미국 한 보건기관에서 실험을 했다.

쥐 한 그룹은 먹이를 맘껏 먹게 하고 다른 그룹은 먹이를 종전에 비해 60% 줄였다. 그 결과 먹이를 줄인 쥐 수명이 55개월로 평균수명보다 20개월 더 길었고 면역체계도 더 활발했다.

小食으로 세포조직의 산화가 적게 일어나 세포파괴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과식한 음식은 소화되지 못한 채 장내에서 썩는다. 이때 유익한 세균을 죽이고 유해균을 번식시킨다.

학자들은 장수의 비결 가운데 小食을 으뜸으로 친다. 일본 장수마을의 공통점 6가지 무연(無煙) 소식(小食) 소주(小酒) 다동(多動) 다휴(多休) 다접(多接) 에서도 소식이 두 번째다.

'배의 80%만 채우면 의사가 필요 없고 60%를 채우면 피로를 모르며 40%만 채우면 늙지 않는다'. 괜한 말이 아니다.성인 하루 섭취열량은 2천500kcal 정도다. 숨쉬기 등 장기의 움직임에 1천500kcal 가, 말하기 등 기본 생활수행에 700kcal 가 소모된다. 시간을 내 운동하지 않아도 2천200kcal 는 그냥 소모된다. 잔여 300kcal 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서 하루 만보걷기가 나왔다. 만보를 걸어야 잔여 열량을 소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점으로 한번 가 보자. 칼국수 집에서 먼저 만두 두어 개를 먹는다. 굴국밥 먹기 전에 굴파전도 후딱 먹어치운다. 돈가스 먹으러가서 샐러드에다 튀김 등으로 배를 먼저 채운다. 반찬에 밥 한 그릇 비우고 누룽지 한 사발도 사양하지 않는다. 여기에다 고칼로리 수정과까지 시원하게 마신다. 술집은 어떤가. 고단백질과 고지방 안주거리와 함께 술을 마신다. 이것도 모자라 2차 가서 맥주로 입가심을 한다. 일단 먹었다 하면 막말로 배터지게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민족이다.

허리띠를 풀고 먹는 사람도 많다. 미련 곰탱이도 이렇지 않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람치고 많이 먹는 사람 없고, 많이 먹는 사람치고 장수하는 사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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