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세상] 박성수 전남대 교수·대한경영학회장

며칠 전, 한 모임에서 기업인 한 분에게 신문스크랩을 건네 드린 적이 있다. 그 분은 80세 초반의 경영자로서 지금도 나이를 잊고 정열적으로 활동하고 계신다.

특히 경영자협회장과 산학협동연구단체 이사장 등 여러 곳에서 봉사도 아끼지 않고 있기에 우리 지역에서 존경받고 있는 훌륭한 지도자이기도 하다.

이 분에게 전달한 신문은 우리나라 산업계에서 현재 80대 후반에서 90대 초반에 이르는 기업인들의 활약상을 소개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 분들은 이름 석자 대면 그냥 알 수 있는 내로라하는 경영자들로 모두가 하나같이 성공적인 경영을 해 오신 분들이다. 이를 테면 90을 눈앞에 둔 어느 회장님 같은 경우, 자녀에게 회장직을 물려준 뒤에도 명예회장이 아닌 총괄회장이라는 직책으로 달을 바꿔 가며 일본과 한국에서 '셔틀 경영'을 하며 수완을 발휘하고 있는 분도 있다.

스크랩을 받아 본 그 회장님은 웃으시면서 앞서 가는 장수경영자들의 대열에 끼기는 아직 젊은 나이라 하셨는데, 그 분 얼굴을 뵈니 앞으로도 더 많은 세월을 경영일선에서 보내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서려 보였다.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기업이 많은 나라들을 살펴보면 하나 같이 평균수명이 높은 국가들임을 알 수 있다. 유럽과 미국 등 구미지역의 선진국들은 물론이고 최장수 국가인 일본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일본에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1천400년 역사를 갖고 있는 오사카 곤고구미(金剛組) 회사로부터 100년을 훌쩍 넘긴 크고 작은 기업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무엇 보다도 이들 회사를 가꾸어 내는 경영자들이 건강한 몸으로 무병장수한 덕분에 자신들의 기업을 영속 가능한 조직으로 굳건히 키워낼 수 있었을 테니깐 말이다.

그렇다면 누가 뭐래도 CEO가 구비해야할 덕목 가운데 가장 으뜸은 건강이 아닐까 싶다.

지난 해 10월, 100세를 목전에 둔 일본 현역의사 히노아라 게아키 라는 분이 우리나라 대학에 와서 명예박사를 받으며 열강을 하고 돌아간 적이 있다. 그 분 장수비결의 지론은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랑의 정신을 들고 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미국 경제전문지 Fortune이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세계적인 장수기업들은 재미(fun), 긍지 (pride), 신뢰 (trust) 등 3대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직장에 나가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를 모를 정도로 재미가 있고, 자신의 일터가 보람을 느낄 정도로 자긍심이 있으며, 구성원들 상호간에 믿음이 두터워 갈등이 없는 곳에서 일하게 되니 장수기업으로 언제까지나 존속해 가지 않을까.

스트레스 받지도 않고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게 되니 참으로 살맛나지 않겠는가 말이다.

결국 이렇게 되려면 누구보다도 최고경영자가 유머감각이 있어야 하고 칭찬에 인색하지 말아야 하며 실수에 관대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인적자원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하고 인간존중경영을 바탕으로 신뢰경영을 펴나가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다니엘 골먼 교수가 말하는 SQ(사회지능)가 높은 리더 즉, 아랫사람 (팔로우어)이 무얼 원하고 어디가 아프고 가려운지를 제대로 헤아리는 능력을 보유한 상사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구성원들은 모두가 하나 같이 기가 펄펄 살게 되어 의욕이 충만한 가운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분위기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칼럼은 지방 5개 신문사에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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