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동일·진천주재

아름다운 경치를 설명하는 말중에 산자수명(山紫水明)이라는 한자어가 있다. 빼어난 산세와 맑은 물을 뜻하는 이 말은 산과 물, 이 두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아름다움을 그려낼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산악지형이 많은 우리나라에는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는 곳은 많지만 산과 물이 조화를 이룬 곳은 그리 흔치 않다. 이런 까닭에 수려한 산세를 배경으로 풍부한 수량을 갖춘 지형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진천군 백곡면에 있는 백곡저수지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산과 물의 조화로 고즈넉한 풍경을 자랑하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안식과 평온을 주고 있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짜임새에 은근한 멋을 주는 이 저수지는 그 내실에 비해 관광지로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주변의 산세가 깊고 도로사정 등 접근성이 떨어져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백곡저수지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머물게 할 만한 요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농어촌공사에서 추진하는 백곡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이 충북도의 수정안 제시로 답보상태에 빠졌다.

굳이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나 인근 주민들의 요구를 거론하지 않아도 백곡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이 이 지역 개발의 전기가 될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는 듯 하다.

미호종개 서식지 등 환경보전이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이처럼 반대논리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이 문제가 사업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사실에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최근들어 지역여론이 사업추진 찬성쪽으로 급격하게 쏠리는 것은 이 사업이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라는 명분에 지역발전이라는 실리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둑 높이기 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이나 주민들의 입장은 명확하게 정리됐다.

이제 충북도의 결단만이 남아있다. 이제라도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

/ choidi@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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