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눈] 이찬재 수필가

봄기운이 감도는 오후에 아파트 근처에 있는 과수원 길을 따라 운동을 하러 나섰다.

등 뒤로는 따스한 봄 햇살이 포근하게 와서 닿는다. 마치 따끈한 구들장에 누워있는 기분이다. 불그스레하게 보이는 복숭아나무 가지에 생명의 기운이 보인다. 머지않아 새움이 솟아오를 것 같은 봄기운이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러 나와서 초봄의 기운을 느끼며 걷고 있었다. 시멘트로 포장한 농로보다는 옛길이 더 정겨워서 걷기가 좋았다.

과수원에는 전지작업이 한창이다. 많은 과일이 열리도록 사다리에 올라서 정성을 다해 전지를 하는 모습도 새봄을 맞이하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보인다.

아직 찬바람은 귓밥을 스쳐가지만 대지위로는 아지랑이처럼 봄의 기운이 피어오름을 볼 수 있어 우수 경칩이 되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말이 생각났다. 세상의 모든 생물은 자연 속에서 자연의 혜택을 입으면서 살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더 크게 보면 우주의 섭리(攝理)에 따라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자연에서 발생되는 공기로 호흡을 하면서 살고 있다. 갑자기 지구에서 공기가 사라진다면 호흡을 하며 사는 모든 생명은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제공되는 물은 우리 몸의 2/3를 차지하고 있다니 물 공급이 중단되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음식물도 모두 자연으로부터 공급받고 있으니 우리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낙엽과 솔잎이 깔려있는 소나무 오솔길에 들어서니 봄 햇살처럼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산을 오를 때마다 느끼는 것은 등산인구가 많이 늘어난 요즈음 등산로가 훼손된 것을 보면 안타깝다. 나무의 뿌리가 앙상하게 드러나거나 함부로 꺾이는 나무도 볼 수 있다.

간식을 가지고 왔으면 먹고 남은 쓰레기는 되가져가야 하는데도 자연을 오염시키고 다른 등산객들에게 불쾌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자연의 혜택을 받기만 하고 자연의 고마움을 알지 못하는 무지(無知)에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현대인이 수많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자연은 우리 몸과 별개로 생각하고 자연을 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한 생활에 필요한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청정한 곡식이나 채소 과일 등이 모두 자연으로부터 얻는 것인데 동물들은 그래도 자연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 같은 데 사람들은 오염시키고 있으니 우리 몸에 좋은 것이 들어 올 수 있겠는가?

이렇게 자연은 우리 몸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내 몸에 붙어있지는 않지만 내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면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고속성장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한 우리나라는 그 동안 자연을 너무 소홀히 다루었다고 생각된다. 그 동안 많은 대가도 치렀지 않은가? 물의 오염으로 많은 물고기가 죽었고 기형물고기도 생겨서 경각심을 주었다. 공기의 오염으로 호흡기 질병에 많은 사람이 시달렸었다. 도로나 주택단지를 만들기 위해 난개발로 도시 근교의 많은 숲이 사라지는 수모를 겪었다.

그 동안 자연보호활동과 환경운동으로 자연의 중요함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정부에서도 녹색성장의 기치아래 환경보호에 힘쓰는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학교 숲 운동도 자연친화적인 교육환경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은 적극 권장할 일이다. 환경교육은 국민의 건강과 국가장래를 생각하면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등산로를 내려오면서 응달에는 아직 춘설(春雪)이 밟히는데도 따듯한 봄 햇살은 우리의 건강을 지켜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일광욕(日光浴)으로 햇볕이 우리 피부에 닿으면 몸속에서 유익한 분비물이 나와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마치 솜이불을 덮은 것보다 더 따스한 햇살이 고맙기까지 했다. 지구촌의 모든 생물이 태양의 영향 속에서 생명이 유지 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영양분만 주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지켜주는 약까지 주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것이다. 이렇게 고마운 자연은 한번 파괴가 되면 회복하는데 오랜 시일이 걸리고 그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몸의 원천인 자연을 내 생명처럼 아끼고 보호해야 함을 피부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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