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유회강 증평소방서 예방홍보팀장

화재는 예측하기 어려운 재해로 초기에 진화하지 못할 경우 대부분 소방차의 힘을 빌어야 진압할 수 있다. 또 밤낮을 가리지 않는 119구조대와 구급대의 활동에서도 응급환자의 신속한 구조와 병원이송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방차량의 신속한 현장도착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주택가 이면도로나 동네 골목길이라면 으레 좁은 통로변에 얌체처럼 주차된 차량이 한 두 대씩 있다. 이렇게 세워진 불법 주·정차 차량이 소방차의 신속한 현장도착을 방해하는 주범이 되고 있어, 화재진압과 긴급구조대책을 수립하는 소방서로서는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충북도민이 보유하고 있는 차량은 총 57만6천여대이다. 도민 0.3명당 차량 한 대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차량증가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유발되고 있는 불법 주·정차 문제가 증폭되고 있다. 또 도로교통법에서는 소화전등을 기준으로 5m이내에는 주차를 금지 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화재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소방용수 확보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이 잘 지켜지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이 법을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않다.

불법 주·정차 문제는 비단 화재 현장에서의 문제뿐만 아니라 구조·급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신속한 현장도착이야말로 긴급환자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열쇠이며, 구조 활동의 가장 중요한 기본요건이다. 말 그대로 '당신이 주차하고 잠든 사이에' 나와 내 가족이, 내 이웃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소방통로상 불법 주정차는 안전의식의 결여로부터 생겨나는 결과이다. "나하나 쯤이야"하는 불법 주정차는 단순히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확산된다. 결국 한 개인의 부주의한 행동이 더 큰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는 셈이다.

소방통로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방관서의 지도·단속이 계속되고 있으나, 소방통로를 24시간 확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즉 도민 스스로가 소방통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발적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인 행동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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