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구 음악칼럼니스트

봄이 왔다. 겨울이 아무리 길고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왔어도 대자연의 법칙에 따라 어김없이 봄은 왔다.

너무 길었던 겨울 탓에 비발디의 봄이 먼저 찾아와 버렸다. 핸드폰 컬러링에서부터 TV나 고속버스 안내방송때 "짠짠짠짜라 짠??"하며 경쾌하게 흘러나오는 노래가 바로 비발디의 사계중 '봄' 이다.

그러면 이 곡은 언제 작곡됐고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을까?

먼저 바이올린협주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안토니오 비발디'는 헨델과 바흐와 함께 바로크시대의 대표적인 작곡가로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음악을 배웠고 스물다섯 살 때 지금의 신부님과 같은 사제가 되어 '빨간 머리의 사제'라는 별명이 붙었다.

비발디가 가장 왕성한 작곡활동을 하던 48세때 '사계'를 작곡했다. 파리에서 연린 초연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그 명성이 전 유럽에 퍼지면서 비발디는 역사사전에 '사계의 작곡가'로 기록될 만큼 널리 알려진 곡이다.

그러나 19세기 낭만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서서히 잊혀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난 1960년 이탈리아의 '이 무지치 합주단' 이 '펠릭스 아요'를 독주자로 내세워 다시 붐을 일으켰고 이 음반은 지금까지 부동의 인기를 누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녹음당시 유럽에서는 이곡을 듣기위해 오디오까지 구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뉴스가 신문에까지 보도될 정도였으니 이곡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후 수많은 악단이 연주해 지금은 수십종의 음반이 쏟아져 나왔다.

비발디 '사계'의 '봄'에 대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봄이 찾아왔다.

작은 새들이 기뻐 기저귀면서 봄을 축하해주고 있다.

시냇물은 졸졸 흘러가면서 산들바람과 속삭인다.

이때 갑자기 천둥소리와 함께 굉음이 울리고 먹구름이 하늘을 덮는다. 폭풍우가 지나가자 다시 새들은 아름다운 가락으로 노래를 시작한다" 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곡은 협주곡이라는 형식을 빌려 4계절의 자연과 거기서 어우러지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그린작품이다. 다시 말해 '사계'는 소네트중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읊은 시에 비발디가 자신의 느낌을 음악화 하여 만든 곡이다.

2002년 KBS의 교양 프로그램 '클래식 오디세이'가 100회 특집으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톱 10'설문조사에서 협주곡 분야에서 비발디의 '사계'가 1위를 차지했고, 독주곡으로는 바흐의 '무반주첼로 모음곡'이, 실내악으로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곡인 '송어'가, 성악곡으로는 헨델의 '울게 하소서'였다.

이 곡들중 '사계'는 '봄'은 초록빛을 연상시키는 E장조로 즐거운 악장으로 전개되며 '여름'은 나른하고 권태로운 계절의 모습을 G단조로 그렸다. 그리고 '가을'은 풍성한 수확의 축제에 들뜬 농민들의 활기찬 모습을 F장조로 표현했고 '겨울'은 얼어붙은 얼음 위를 걷는 사람들의 유머러스한 모습 등을 표현하고 있다.

이밖에 봄을 노래한 작곡가들의 노력은 계속됐다. '하이든'의 '사계'는 음악사상 최고의 종교음악으로 모두 아홉곡으로 만들어졌다. 이중 '봄' 만 30분이 넘고 전곡은 2시간이상 걸린다.

희망과 행복감을 노래한 '베토벤'의 바이올린소나타 제5번 F장조 작품 24번외에도 '보케리니' 현악 5중주곡 작품 15-5번 미뉴엣 1악장과 '파헬벨' 캐논변주곡도 있다. 그리고 '요한스트라우스 2세'의 봄의소리 왈츠는 마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느낌이다.

발레음악으로는 '그라주노프'의 사계중 제2악장 봄,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도 봄을 노래한 곡이다. 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봄을 노래한 음악가는 많다. 그만큼 봄은 생동감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발디의 사계가 근사한 브런치의 모임이나 커피 향을 즐기는 배경음악이지만 18세기 베네치아 사람들, 그리고 그 도시의 역사가 빚어낸 광경을 상상하면서 들으면 이곡이 더 아름답게 들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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