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1년 풀뿌리 민주주의가 다시 시작된 지 20년이 지난 가운데 자치단체마다 전직 단체장이 자신의 치적을 위해 추진한 선심성 사업 뒷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은군의 경우 민선 3,4기 수십억원의 혈세를 들여 지역주민의 긍지를 높이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조성한 대부분의 공공시설물들이 주민 혈세만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돈만 먹는 하마로 전락한 보은지역의 주요 시설물로는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을 비롯해 솔향공원, 향토민속자료전시관이 꼽히고 있다. 이들 시설중 동학혁명의 마지막 항쟁지인 북실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은 보은읍 성족리 산 16번지 일원에 북실전투 기념탑과 집회광장, 산책로, 돌섬전망대 등 9만8천여㎡ 규모로 무려 86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됐다.

하지만 홍보 부족과 부대시설 미흡 등으로 기념공원을 찾은 방문객들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으며, 그나마 겨울에는 인적을 찾을 수 없다. 동학농민운동은 1894년 사회개혁과 외세 침탈 배격을 천명한 우리나라 최초의 민중혁명으로 3·1운동, 4·19의거, 5·18 민주화 운동의 이념적·정신적 근원이 되었다.

보은과 동학은 떼어놓을 수 없다.1893년 외속리면 장안마을은 동학교단의 본부인 대도소가 설치되고 대규모 취회가 열린 동학의 성지다. 또 북실마을은 동학운동의 최후의 격전지로 2천600여 명의 농민군이 장렬히 전사해 집단 매장된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동학운동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한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엄청난 예산을 들여 조성한 동학농민혁명공원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면 혈세낭비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의도가 있어도 관광객은 물론 지역주민들조차 외면한다면 연계 프로그램이 미흡하거나 홍보가 부족하거나 뭔가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차단체장은 이같은 선심성 사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두번다시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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