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복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지난달에는 중·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졸업식 뒤풀이로 밀가루 뿌리기, 계란던지기, 알몸으로 눈 위에서 구르기 등의 일탈행동에 대한 방송과 언론보도를 접하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요즘 대학캠퍼스는 신입생 OT와 MT로 활력이 넘친다.

며칠 전 '막장 신입생 환영회'라는 뉴스를 보았다.

서울에 있는 모 대학의 신입생 환영회인 '새내기 배움터'에서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키스를 강요하고, 성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야한 장면을 연출하도록 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게임을 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야한 장면이 사진과 함께 신문에 보도되었고, 인터넷에도 사진과 글이 올라와 비난하는 글이 폭주하고 있다.

대학에 다니고 있는 두 딸을 가진 부모로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모든 대학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허탈감이 든다.

신입생 환영회는 재학생과 신입생이 만나는 의미 있는 자리이다. 좋은 선배, 좋은 후배가 되겠다는 마음을 다짐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대학은 꿈을 구체화하고 꿈을 더 키워가는 곳이다. 신입생이 대학 생활을 시작할 때 목표와 방향을 제대로 잡고 생활할 수 있도록 지혜를 배우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신입생 환영회에 교수가 참석하여 서로 선서를 하는 등 작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대학도 있다.

다른 모 대학 간호학과는 1:1 멘토링제도를 도입하여 신입생들에게 학교 및 학과 생활안내 그리고 유익한 정보제공의 시간을 갖고, 봉사활동을 하는 등 귀감이 되는 사례도 있다.

대학가 음주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얼마 전 '대학가 막가는 음주문화'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대학생 폭음자 비율이 71.2%에 이르고 남자 대학생 3명 중 1명은 일주일에 3번 이상 폭음한다고 한다.

음주로 인한 사망사고도 매년 발생하고 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10명의 대학생이 음주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지난달 20일에도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과음한 남학생이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요즘 대학가에서는 '5단계 러브샷'이 유행한다고 한다.

1단계는 남녀 학생이 팔을 걸고 마시는 것이고 2단계는 남녀 학생이 목을 끌어안고 마시는 것이다.

3단계는 여학생이 남학생 무릎 위에 앉은 채 서로 껴안고 마시는 것이고 4단계는 남녀 학생이 입에서 입으로 술을 건네면서 마시는 것이다.

마지막 5단계는 여학생의 쇄골에 소주를 부은 다음 남학생이 이를 핥아 마시는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게임을 통해 왕으로 뽑힌 사람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하는 '왕 게임'을 통해 남녀 간 키스는 기본이고 강도 높은 스킨십을 강요하는 행위로 이어진다고 한다.

게임에 참가한 대부분의 여학생은 싫지만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된다고 한다.

문제는 하기 싫은데도 억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나칠 정도로 음주를 강요하여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이나 강도 높은 스킨십은 분명히 성추행이다. 대학가 뿐 만 아니라 우리 사회는 상대방이 원하지 않아도 내가 좋으면 강요하는 일이 너무나 많이 일어나고 있다.

대학생은 우리나라를 책임지고 이끌어 갈 엘리트로 성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당한 요구를 용기 있고 과감하게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캠퍼스 생활은 자신의 꿈과 희망을 키워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스스로 절제된 행동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건전하고 성실한 생활을 해야 한다.

부모들도 자녀가 다른 사람을 강요하거나 강요당하지 않도록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 주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대학과 정부에서도 건전한 캠퍼스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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