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조승희 전 언론인

길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다니기를 원하면 거기 길이 생긴다. 도로가 됐건 철도가 됐건, 아니면 바닷길이나 하늘 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길을 새로 낼 때는 의견이 분분 할 수 있다.

누구는 이쪽 길이 좋다 하고, 누구는 저쪽 길이 좋다고 한다. 서로의 주장이 다를 때는 자기가 주장하는 쪽의 길이 왜 좋은지를 객관적이고 타당성 있게 상대를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각자의 주장이 정치적이고 지역이기주의가 앞설 때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첨예한 대립도 대승적 판단으로 합의하면 큰일을 그르치지는 않는다. 그런데 충청권의 국회의원들과 단체장들은 외곬수의 고집으로 큰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지역 국회의원들의 정치력과 충북도지사의 결단력이 부족하여 최대공약수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주국제공항으로 통하는 수도권 복선전철의 길이 그래서 막혔다. 그것도 너 죽고 나 살자는 벼랑끝 주장 때문이었다. 국회의원으로서의 포용력과 설득력도 없었고, 단체장의 추진력도 보이질 않았다.

청주공항의 이용객들은 대부분이 여행객들이다. 여행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짜릿한 체험이자 추억 쌓기의 여정이다.

여행객들에겐 그래서 길이 편하고 깨끗하고 때론 고즈넉하면 더욱 좋다. 이 여정엔 구경거리와 먹을거리가 또한 빠질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길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전국 동네 방네에서 청주공항으로 오는 길은 아주 불편하다. 대중교통도 그렇고 철도도 그렇다. 공항으로 오는 길 위에서부터 즐겁고 유쾌한 여행은 멀어져 간다. 여행객들은 짜증스럽다. 국제공항이란 이름이 부끄럽다.

그래서 청주공항을 중심으로 한 도로망의 확충이 절실했다. 이를 위해 충청권과 지역 정치권이 합심해 추진한 것이 수도권 전철의 천안∼청주공항 간 복선전철 사업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닭 쫓던 개' 꼴이다. 지난 8일 기획재정부의 상반기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더욱 가관이다. 천안에서 청주공항까지의 전철복선 사업과 관련, 기존선(천안-조치원-청주공항)과 전용선(천안-청주공항)을 놓고 각 지자체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밥그릇 챙기기를 하다가 쪽박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이해는 간다. 지자체들이 자기 지역으로 복선노선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욕심도 없으면 단체장이 아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그렇다. 현안사업을 해결했다는 공을 세워야 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충북도와 청원군도 '따로 국밥'이었다. 이시종지사는 기존선을, 청원 지역구의 변재일의원은 시종일관 전용선을 주장했다.

이에 충북도 민주당 의원들이 꾀를 냈다. "단일안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할 경우 소모적인 논쟁과 지역내 갈등이 초래 된다"며 두 노선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요구하자고. 충북도도 이 꾀에 맞장구쳤다. '초록은 동색' 이라고.

중앙정부가 줄곧 두 노선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는 안된다. 한 노선만 요구하라고 대못을 박았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누구를 위한 국회의원이고 도지사인가. 한심할 뿐이다.

대형 국책사업과 관련 금과옥조처럼 떠들던 충청권의 공조도 무색해졌다. 또 지역 국회의원들도 한솥밥을 먹는 민주당소속이 맞는지 모르겠다. 소인배들처럼 아집에 얽매였다. 청주공항의 활성화를 위한 복선전철 사업이 핌비현상으로 결국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이처럼 불리한 여건속에서도 지난 2월 한 달간 청주공항 이용객수가 10만2천명을 넘었다. 국제선 이용객수도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길은 더욱 통해야 한다. 수도권 전철의 철길과 하늘길이 꼭 닿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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