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충주대학교 교수

일본이 3월 11일 발생한 지진과 해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진의 강도가 9.0에 이른데다 엄청난 기세의 쓰나미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인명손실과 피해를 입었다는 보도다.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대비가 가장 철저하다고 자부했던 일본이다. 그저 자연현상의 가공할 위력에 부질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새삼 깨달을 뿐이다.

세상이 일본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 국민들의 차분한 대처에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내고 있고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일본으로 달려가 전력을 다해 돕고 있다. 특히 우리는 내가 겪는 아픔처럼 돕고 있다. 일본의 만행에 치를 떨고 비난하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도 일본 국민이 겪고 있는 고초를 걱정하며 성금 모금에 동참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집은 다시 지어지고 도로 위로는 자동차들이 달릴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로 전 세계가 걱정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다. 이번 대지진으로 이 원자력 발전소의 1·2·3·4호기가 모두 폭발했으니 그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폭발한 것이 원자로를 덮고 있는 격납고이긴 하지만 언제 원자로가 폭발할지 모를 위험 속에서 일본의 대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도쿄전력이나 이를 감독하는 일본 정부가 이미 신뢰를 상실해 두려움을 배가시켰다. 이번 사태에 차분하게 대응해 온 일본인들이지만 정부의 미온적이고 무능력한 대처에 분노하며 수 백 명의 학생과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는 보도다.

천재지변으로 이웃이 어려움에 처하면 단합해 돕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다. 일본에 대한 한국이나 중국 국민의 감정은 가히 숙적이라 할 만하다.

일본을 상대하는 스포츠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하고,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망언은 온 국민의 분노를 일으키게 했다.

일제 강점기를 겪었고 영토분쟁 속에서 일본과 적대시하고 있던 중국조차 일본을 돕고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바라보는 세상의 눈은 그리 호의적이지 못하다. 원인은 천재(天災)지만 사태의 악화는 인재(人災)이기에 그렇다.

원전 1호기의 폭발은 지진 발생 하루가 지난 12일 발생했다.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프랑스의 붕산 제공의사도 미국의 기술 지원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한국과 일본에 붕산을 요청했으니 핵분열을 억제하는 데 사용되는 붕산의 도착은 그 만큼 늦어지게 된 것이다.

어느 나라도 원자력 발전소를 개인회사에만 맡겨 두지는 않는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초기 대응을 도쿄전력에 맡겨둔 꼴이 됐다.

오죽하면 폭발이 있고 나서 총리가 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TV를 통해 알았다고 했을까. 간 나오토 총리는 도쿄전력 본점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를 냈지만 공허할 뿐이었다.

도쿄전력은 엄청난 자금이 투입된 원전이 손상될까봐 해수를 냉각수로 투입하는 것을 머뭇거렸고 정부는 6기의 원자로 가운데 4곳의 손상이 있기까지 냉각시키는 작업에 자위대를 투입하지 않아 방관한 꼴이 됐다.

그동안 후쿠시마 원전에서 수차례 사고가 있었으나 감춰졌고 안전보고서조차 사실을 담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제 원전에 대한 안전 논란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우리의 원전은 안전하다는 정부의 설명이다. 후쿠시마 사태나 체르노빌 사태 등의 전과 후를 살피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천재(天災)에 인재(人災)를 더하는 우를 반복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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