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연중의 발명세상 <92>

운송용 화물마다 어김없이 붙어있는 종이 짐표. 받는 사람의 주소와 이름이 쓰인 이 짐표도 발명품으로, 전 세계 화물에 사용되고 있다.

발명가는 일본인 우에조 히로지.

나가노라는 작은 마을에 사는 우에조가 출장차 도쿄를 방문하게 되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생후 처음 도쿄를 찾은 우에조는 수도를 찾는다는 설레임으로 흥분되어 있었다.

'이번 출장에서 수도 곳곳을 샅샅이 살펴보고 유익한 정보를 얻어가야겠어.'



흥분 속에서도 마음가짐은 단단했다. 그 단단한 마음가짐이 종이 짐표를 발명케 하는데 한몫했다고 훗날 우에조는 회고했다.

도쿄역에 내린 우에조의 눈에 가장 먼저 띄인 것은 산처럼 쌓인 화물. 지방에서 수도인 도쿄로 붙여오는 짐은 종류도 다양했지만, 양 또한 엄청났다. 그런데 화물들에는 하나같이 나무판자를 잘라 만든 짐표가 붙어 있었다. 나무판자 짐표를 보는 순간 우에조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상하다는 표정이었다.

'저 많은 화물에 하나하나 나무판자 짐표를 붙이려면 얼마나 힘들까. 종이 짐표를 붙이면 될 것을….'

도쿄에서의 일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우에조는 서둘러 종이 짐표를 만들어 보았다. 우에조의 종이 짐표는 두꺼운 종이를 알맞은 크기로 잘라 구멍을 뚫고 철사로 꿰어놓은 것이 전부. 우에조는 서둘러 실용신안출원을 마치고 화물회사를 찾아갔다. 권리를 팔기 위해서였다.

'편리하군요. 그렇지만 이것이 실용신안등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화물회사 직원은 우에조를 비웃고 등록은 절대로 불가능할 것이라며 자리를 일어서 버렸다. 이 같은 상황은 어느 화물회사에서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년 후, 이 종이 짐표가 실용신안으로 등록되자 입장이 바뀌었다.

'콜럼버스의 달걀'같은 작은 아이디어였지만, 발명가에게 로열티를 지불해야만 사용이 가능했다. 워낙 값싼 물건이라 우에조는 큰 돈을 벌지 못했지만 먹고 사는 문제는 거뜬히 해결할 수 있었다.

왕연중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wangyj39@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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