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복숭아꽃…』 삼삼오오 고무줄놀이에 동네어귀에서 해지는 줄도 모르고 아이들과 흥얼거리며 뛰어놀았던 가슴 시릴만큼 그리운 유년시절의 풋풋한 추억을 기억하나요. 무엇이든 귀했던 그 시절, 우리 어머니들의 삶에서의 고생이 많았던 시절, 그러나 가족간의 따뜻한 마음들이 흘러넘쳐 유난히 행복했던 유년의 기억들을 하나하나 예술적 손끝에 모아 인형에 재현시킨 인형작가 이승은ㆍ허헌선의 인형전을 고스란히 책으로 담아냈다. 지난 96년 12월,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개최됐던 이승은ㆍ허헌선 부부의 인형전에 관람인파 1백31만명이라는 감동기록을 세웠던 그때의 테마를 책으로 써낸 「엄마 어렸을 적엔…(첫번째이야기)」(이레)가 바로 그것.

 10년째 함께 공동작업을 해온 이승은은 홍익대 서양학과를, 허헌선은 홍익대 미술교육과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인형을 통해 잊혀져 가는 우리 역사와 풍습을 복원해 내는 부부 인형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 책에는 총 3백70여점의 인형들과 70여가지의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있어 유년시절 추억의 편린들을 페이지마다 재현해 낸 작품성에, 살가운 공감대를 형성시켜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서정성에 두번 감동하는 책이다.

 테마1 언제나 그리운 이들, 테마2 아득한 나날들, 테마3 기다림의 날들로 그려지는 이 책은 말그대로 부부작가의 순수함과 인정이 녹아드는 정감의 보고서이다. 옹기종기 한 방에서 여러형제 자매가 속옷을 입은 채 얼근하게 술이 취해 달랑 종이봉지에 군고구마나 풀빵을 사들고 들어오는 우리네 아버지의 소시민적 모습이 그렇게 정겨울 수 있을까. 깊어가는 겨울밤 엄마가 깎아주던 시원한 무를 먹으며 아이들은 만화책에 정신을 빼앗기고 어머니는 식구들의 구멍난 양말을 알전구에 끼워 기우시던 그 모습들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다.

 게다가 아이들과 어울려 밤늦도록 지칠줄 모르며 뛰어놀다 들어온 아이를 매로 다스리시던 거칠거칠하신 어머니의 뭉툭한 빗자루에서, 겨울 골목길 한 귀퉁이에서 방한모를 눌러쓰고 고구마를 구워팔던 아저씨의 새까만 얼굴까지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두 작가의 다양한 작품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두 작가의 인형 작품집 「엄마 어렸을…」에는 어린시절 잃어버린 순수했던 우리네 자화상과 변해버린 그때의 아름다운 인심들을 복원해 줄 요원한 꿈의 이야기가 인형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흘러 나온다. 그때 그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잃어버린 마음의 세계를 되돌릴만큼 강력한 마음의 무기로 작용해 누구라도 친근하게 열어봐도 좋을 듯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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