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함께 공동작업을 해온 이승은은 홍익대 서양학과를, 허헌선은 홍익대 미술교육과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인형을 통해 잊혀져 가는 우리 역사와 풍습을 복원해 내는 부부 인형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 책에는 총 3백70여점의 인형들과 70여가지의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있어 유년시절 추억의 편린들을 페이지마다 재현해 낸 작품성에, 살가운 공감대를 형성시켜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서정성에 두번 감동하는 책이다.
테마1 언제나 그리운 이들, 테마2 아득한 나날들, 테마3 기다림의 날들로 그려지는 이 책은 말그대로 부부작가의 순수함과 인정이 녹아드는 정감의 보고서이다. 옹기종기 한 방에서 여러형제 자매가 속옷을 입은 채 얼근하게 술이 취해 달랑 종이봉지에 군고구마나 풀빵을 사들고 들어오는 우리네 아버지의 소시민적 모습이 그렇게 정겨울 수 있을까. 깊어가는 겨울밤 엄마가 깎아주던 시원한 무를 먹으며 아이들은 만화책에 정신을 빼앗기고 어머니는 식구들의 구멍난 양말을 알전구에 끼워 기우시던 그 모습들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다.
게다가 아이들과 어울려 밤늦도록 지칠줄 모르며 뛰어놀다 들어온 아이를 매로 다스리시던 거칠거칠하신 어머니의 뭉툭한 빗자루에서, 겨울 골목길 한 귀퉁이에서 방한모를 눌러쓰고 고구마를 구워팔던 아저씨의 새까만 얼굴까지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두 작가의 다양한 작품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두 작가의 인형 작품집 「엄마 어렸을…」에는 어린시절 잃어버린 순수했던 우리네 자화상과 변해버린 그때의 아름다운 인심들을 복원해 줄 요원한 꿈의 이야기가 인형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흘러 나온다. 그때 그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잃어버린 마음의 세계를 되돌릴만큼 강력한 마음의 무기로 작용해 누구라도 친근하게 열어봐도 좋을 듯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