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출신 정순철 작곡가 생애와 작품 복원 …납북돼 조명 못받아 도종환 시인 평전 출간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 "엄마 앞에서 짝짜꿍, 아빠 앞에서 짝짜꿍…"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동요들을 작곡한 정순철(1901~납북)에 대한 평전이 나왔다.

정순철은 충북 옥천군 청산면 교평리에서 태어난 우리지역 출신으로 '졸업식 노래', '짝짜꿍' 등을 작곡했으며 윤극영, 홍난파, 박태준과 함께 우리나라 4대 동요작곡가로 꼽힌다. 하지만 납북 등으로 그의 생애나 작품은 세간의 조명을 받지 못한 채 역사속에서 잊혀졌다.

이처럼 잊혀졌던 옥천 출신 동요작곡가 정순철이 청주출신 도종환 시인에 의해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특히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운동의 선구자이면서 어린이들을 위한 동요를 작곡했던 정순철 평전이 나와 더 의미를 가진다.

▲ 도종환 시인
도종환 시인은 충북도와 옥천군, 정순철기념사업회 도움을 받아 '정순철 평전'을 펴냈다. 이 책에는 정순철이 그동안 살아온 생애와 생전 당시 사진, 시대적 상황, 작곡했던 40여곡의 악보 등이 348쪽의 분량에 담겼다.

정순철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도종환 시인의 역할이 지대했다. 도종환 시인은 "2006년 오장환 시인으로 박사논문을 쓰면서 우리나라 동요동시문학사를 뒤적이던 중 정순철 이라는 이름을 만났다. 이 분의 노래를 그렇게 자주, 많이 불렀으면서도 그가 옥천출신이라는 점, '졸업식 노래', '짝짜꿍' 노래를 작곡했다는 점은 몰랐었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자료수집과 집필과정에만 꼬박 1년. 정순철이 음악교사로 있었던 동덕여고 동문회에 부탁해 졸업앨범사진을 어렵사리 구하고, 그의 86세 아들 정문화씨를 찾아가 생전 모습과 사진 등을 기억해내고, 그의 작품 악보가 게재된 잡지와 옛 신문자료, 어린이운동사를 뒤적이고 일본에서 그의 흔적을 찾는 등 자료수집에 힘을 쏟았다. 이번 책에서 확인된 정순철 작곡의 동요는 40여곡. 찾아내지 못한 곡이 더 있을 것으로 도 시인은 보고 있다.

도종환 시인은 "'졸업식 노래', '짝자꿍' 등 그가 작곡한 노래는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기쁨으로 부르고 눈물로 불렀으면서도 정작 그의 이름은 모르고 살아왔다. 전쟁 이후 납북이든 월북이든 북쪽으로 간 사람들을 거론하는 것이 금기시되면서 그의 이름과 행적은 서서히 잊혀져갔다. 그가 옥천출신, 4대 동요작곡가 라는 사실을 모른채 정순철이라는 인물이 묻혀있었는데 이번에 그의 생애와 작품을 복원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책은 12장으로 구성된 가운데 ▶정순철은 누구인가 ▶해월 최시형의 도피생활과 동학 ▶동학혁명과 최윤과 정순철 ▶정순철의 가출과 손병희 ▶동경음악학교 유학과 색동회 창립 ▶어린이날과 어린이 문화운동 ▶우리나라 동요운동의 전성기 ▶색동회 활동과 정순철 ▶녹양회와 음악교사 정순철 ▶졸업식노래와 노래동무회 ▶최윤과 용담정 ▶6·25와 정순철의 납북 등으로 구성됐다. / 글·사진 김미정

'mjkim@jbnews.com

▲ 도종환 시인이 펴낸 <정순철 평전>
◆ 정순철은

정순철은 110년 전인 1901년 옥천군 청산면 교평리에서 태어났다. 갑오농민전쟁의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동학 2세 교조인 해월 최시형의 외손자로 태어난 정순철은 어려서부터 접해왔던 해월의 동학사상을 이 땅의 어린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킨 음악가였다.

방정환과 함께 '천도교소년회' 활동 등 어린이운동을 주도했다. 천도교소년회활동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된 어린이문화운동과 어린이 인권운동이었다. 이후 일본에서 음악을 공부하며 방정환, 윤극영 등과 함께 어린이운동단체 '색동회'를 조직했고 조국에 돌아와서는 수많은 동요를 작곡하며 어린이운동을 이끌고 실천했다.

그는 훌륭한 음악교사이기도 했다. 교사 재직 당시 별명이 '한국의 베토벤', '면도칼'이었는데 면도칼은 대쪽같은 성품과 불의를 보고 못 참는 불같은 성격 때문에 붙여졌다.

'어린이'라는 말도 방정환과 함께 만들었고, '어린이날'도 1922년 천도교소년회 창립 1주년 기념 행사에서 그에 의해 처음 생겼다. 하지만 6·25전쟁 중에 납북되었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근대 음악사에서 지워졌다.

◆ 정순철 연보

1901년 9월13일 옥천군 청산면 교평리에서 출생
1909년 손병희가 마련해준 서울 가회동 집에서 자람
1921년 방정환과 천도교소년회 활동
1923년 동경에서 방정환, 진장섭, 손진태, 고한승, 정병기, 윤극영 등과 '색동회' 창립
1925년 어린이날 행사 준비에 방정환, 정병기와 '색동회' 대표로 참석
1927~1938년 동덕여고 음악교사 근무
1929년 동요작곡집 '갈잎파리' 출간. '짝짜꿍'(당시 '우리애기 행진곡')이 수록돼 전국에 유행함
1946년 '졸업식노래' 작곡
1947년 윤석중, 윤극영, 한인현과 '노래동무회' 활동
1950년 6·25전쟁 중 납북 생사불명
2008년 정순철기념사업회 창립. 제1회 옥천 짝짜꿍 동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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