希小空 희망이 있는 작은 공간〈8〉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하는 수암골 마을공동체 '마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로 인기를 모았던 청주시 수동 수암골이 또 한 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엔 지역예술인들과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문화공동체사업이다. 수암골생활문화공동체 '마실'이 출범한지 한달을 맞아 수암골 주민들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마을의 옛말이 '마실'이에요. 수암골 지역주민들은 드라마 촬영으로 생활터전을 방해받아 말 못할 불편함이 있었어요. 그동안의 마음속 불편함을 해소하고 마을주민과 예술가들이 공생해서 마을의 문화적 가치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마을문화공동체 '마실'을 만들게 됐습니다. 마을 주민 스스로가 함께 마을의 문화적 가치를 알고 가꿔가고 자긍심을 갖는 거죠."(이광진 '마실' 사무국장·청주흥덕문화의집 관장)


'마실'은 지역주민에 의한, 지역주민을 위한 공동체다. 회장도 지역주민인 15통장 윤여정씨가 맡고 있다. 마실을 꾸려가는 지역예술인은 이광진 청주흥덕문화의집 관장, 전영주 충북민예총 사무처 사업팀장, 전업작가 박경수, 황명수씨.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 일환으로 추진되는 '마실'은 수암골이 가진 특화된 관광자원을 기반으로 주민이 스스로 문화상품을 개발·판매하고 지역공동체를 구성하는데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

"동네가 더 젊어졌어요. 예술가 등 젊은이들이 찾아오니까 더 활기가 생겼어요. 여긴 다 나이많은 어르신들인데 마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기니까 좋아요."(윤여정·54·'마실' 회장·수암골 45년째 거주)

수암골 입구 '수암골 문화체험장'에서는 수암골 벽화캐릭터가 그려진 열쇠고리와 배지, 수제 다이어리, 손지갑, 컵 등 수암골 문화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모두 수암골 주민들의 솜씨다. 지역공예가들과 함께 수암골 주민들이 13회의 공예교육을 받고 직접 그리고 자수를 놓은 상품들. 고춘자 할머니와 연경희 할머니, 81세 김명준 할어버지가 참여하고 있으며 웃는 삼남매 배지와 다이어리가 가장 인기란다.

▲ 수암골 '마실' 상품 열쇠고리



"웃는 삼남매 벽화앞에서 사진 찍고 내려왔는데 그 그림이 그려진 핸드폰고리가 있어서 반가워서 샀어요. 김탁구 드라마 팬이어서 가족들과 수원에서 와봤는데 달동네라는 낙후된 이미지와 달리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벽화나 주민들이 다 정겹네요."(정윤희·39·여·수원)

수암골을 안내하는 관광안내원도 새로 생겼다. 삼충상회 박만영 할아버지 등 4명의 지역주민이 2교대로 수암골에 찾아오는 이들을 반갑게 맞고 있다.

"벽화가 많으니까 골목골목 다 둘러보시라고 말해줘요. 이 곳이 관광명소가 되면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져 길 묻는 이들도 늘었어요. 화장실 물어보는 사람이 많은데 맨꼭대기에 하나밖에 없어서 공중화장실이 하나 더 생겼으면 좋겠어요."(김종복·73·여·관광안내원·수암골 50년째 거주)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주막세트장으로 사용됐던 곳에는 식당 '수암골 밥상'이 들어섰다.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도록 도토리 칼국수, 도토리 부침개 등을 판매하며 운영은 부녀회에서 맡고 있다. 요리연구가에게 컨설팅과 요리지도도 받았다. 문화상품 판매수익금이나 수암골 밥상 수익금은 모두 마을기금이나 부녀회로 전달돼 지역주민들을 위해 쓰인다.

▲ 수암골 생활문화공동체 '마실'을 운영하고 있는 (왼쪽부터) '수암골 밥상'의 정남, 전영주, 윤여정 '마실' 회장, 이광진 사무국장, 관광안내원 김종복·박만영씨.


이외에 예술인들의 문화체험이 진행돼 볼거리와 문화체험형 관광지 만들기에도 한몫한다. 지난 7일에는 천연염색체험과 목판그림 탁본체험이, 8일에는 좁은 골목에 벽화작업이 진행됐다.

"아무리 좋은 문화사업도 주민이 싫어하면 안되기 때문에 지역주민과 같이 상의하고 함께 만들어가고 있어요. '마실'의 꿈은 문화비즈니스가 잘 돼서 수암골주민들에게 수익이 돌아가고 수암골에 예술가들이 작업실을 두고 상주하면서 더불어 사는 것입니다."(전영주 '마실' 기획행정·충북민예총 사업팀장)

비영리단체인 '마실'은 앞으로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해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수익금을 수암골을 위해 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역사의 아픔과 소외계층의 삶이 녹아있던 수암골이 드라마 촬영지, 관광명소에 이어 문화공동체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글·사진 /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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