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과학벨트 대덕 입지결정과 충·남북 기능지구 지정에 대해 대전·충남 정치권은 당연한 귀결이라며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보낸 뒤 향후 일정 수립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과학벨트 선정과정에서 치른 홍역에 대한 질책을 놓고는 여당과 야당의 신경전은 여전했고 과학벨트 조성사업과의 밀접도에 따라 의원간 미묘한 입장차도 존재했다.

먼저 민주당 대전시당은 16일 정부의 과학벨트 대덕 입지발표에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역 천막 철야농성과 집회, 규탄대회 등 500만 충청인의 하나된 모습이 이끌어낸 결과물"이라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들은 이날 대전역 광장에서 박범계 시당위원장과 허태정 유성구청장, 김인식 대전시의원 등 시당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기자회견서 "과학벨트 입지 선정을 둘러싼 MB정부의 약속 파기, 밀실 추진의 평지풍파는 온 국민의 상처로 남았다"며 "입지완성은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정부와 여권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민주대전시당은 "전국을 상대로 입지 평가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정부는 약속을 파기한 것"이라며 "지금의 결과를 충청에 대한 시혜로 내놓는다면 풍찬노숙도 마다 않고 입지 사수 투쟁에 나섰던 충청인을 자기연민에 빠지게 하는 일이다"고 대전 입지 선정을 시민들의 공으로 돌렸다.

이들은 또 "대덕지구의 내실과 함께 기능지구인 세종시의 자족기능 확대, 천안과 청원을 잇는 충청과학벨트 구축은 이제 우리들의 몫으로 남았다"고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민주당 충남도당도 이날 성명을 내고 "당연한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전국이 분열되고 반발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말바꾸기 때문이다"며 "과학벨트의 충청권 조성을 확정한 결정은 환영하지만, 갈등과 분열의 책임은 말바꾸기의 달인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거듭 천명한다"고 정부의 갈지자 행보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자유선진당 대전시장도 이날 권선택 의원과 시당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 선정을 사필귀정으로 규정하고 갈등을 조장한 정부에 사과를 촉구했다.

권 의원은 "오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로 대전이 최종 선정된 것은 사필귀정이다"며 "세종시와 충남 천안, 충북의 오송·오창이 기능지구로 지정돼 대전을 지원토록하는 벨트화를 형성한 것은 그 간의 우려를 씻는 다행스런 선택"이라고 밝혔다.

권 의원은 "과학벨트가 세종시의 자족기능과 직결되는 사업이었던만큼, 그 기능을 최대화할 수 있는 연계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면서 "과학벨트 사업이 시작만 거창하고 속빈강정이 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전방위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차질없는 추진을 강조했다.

그는 또 "과학정책의 기본은 선택과 집중임에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대구, 광주 등에 기초과학연구원을 분산 배치키로 한 것은 역사적 죄악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원안대로 갈 수밖에 없음에도 지난 수 개월간 온 국가를 국론분열과 지역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한 점에 대해 사과하고 이 같은 일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서약이라도 해야 마땅하다"고 강하게 청와대를 질책했다.

한편 여당인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약속 이행을 부각시키며 미래에 대한 청사진 구축에 힘쓰자고 제안했다.

한나라당 대전시당은 이날 과학벨트 선정과정에서 분출된 갈등과 논란이 지속될 경우 대전 결정에 따른 반사이득이 축소될 것이란 계산에 따라 향후 행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윤석만 대전시당 위원장과 강창희 전 최고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서 윤 위원장은 "대통령이 충청권 조성약속을 지킨 것으로 크게 환영하다"고 안도한 뒤 "정파를 초월해 결정을 수용하자"고 후폭풍 봉합에 애를 썼다.

윤 위원장은 "집권당으로서 보여주기 위한 행동보다 내실있는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활동을 펼쳐왔다"며 "강창희 전 장관과 박성효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정치권, 과학계를 오가며 큰 노력을 벌여왔다"고 자평했다.

그는 또 "세계최고 수준의 과학벨트를 조성키 위해 여건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특별위원회를 보강해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가칭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성공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킬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이어 윤 위원장은 "과학벨트는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내린 결정인만큼 정파를 초월해 수용하는 자세가 진정 충청민을 위하는 길"이라면서 "소모적인 논쟁은 자제하고 모두가 합심해 명품 과학벨트의 건설을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할 시기"라고 재차 논쟁 확산차단에 주력했다.

강창희 전 최고위원도 "탈락 지역의 허탈함은 이해하지만 과학벨트는 특정지역의 전유물이 아니다"면서 "대전에 과학벨트 만들지만 대한민국의 과학벨트, 인류의 과학발전과 진보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야당의 공격을 경계했다.

의원들간 미묘한 입장차도 포착됐다.

민주당 대전·충남당이 대덕특구의 선정에 반가움을 표했다면 특구를 지역구로 하는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은 적극적인 환영의 뜻과 함께 정치적 감시활동을 다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당과는 별도로 논평을 내고 "매우 잘된 결정이다. 다음 정권을 맡으려는 대선 후보자, 국회의원, 각 정파 등이 과학벨트의 취지와 추진전략 등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반면 공주와 연기군이 지역구인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의원은 논평에서 "국가백년대계와 국민통합차원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한 뒤 "거점지구인 대덕특구와 기능지구인 세종시와의 상생연계발전 전략이 과학벨트 성공의 관건"이라고 서운함을 내비쳤다.

영남과 호남지역의 반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자유선진당 이재선 의원(보건복지위원장)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가 지지부진, 우왕좌왕하는 사이 영·호남이 슬그머니 끼어들어 우격다짐격으로 합리화하고 나선 것부터가 잘못"이라며 "결정판에 딴지걸고 발목 잡는 것은 그동안 그들이 해왔던 정치적인 구태를 재현하는 이기주의적 판단이자 행태일 뿐이다"고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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