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신용한 지엘인베스트먼트 대표

요즈음 뉴스를 보면 대기업들은 사상 최고의 수출실적이라든지 사상 최대 수주잔고를 기록했다든지 하는 뉴스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일반 서민들의 의견이나 실물경제에 있어서는 전혀 나아졌다는 평가가 없고 오히려 삶이 더 팍팍해졌다는 말들뿐이다.

실제로 왜 이런 괴리가 발생하였을까?

대한민국이 '가계부채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많은 언론들이 대서특필하고 있다. 개인 부채는 외환위기 후 꾸준히 늘어 3월 말 현재 801조3천9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즉 서민들의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가계빚'이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대형 금융사들은 '무담보' '저금리' 등을 내세우며 여전히 가계빚을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많은 서민들이 신혼때 빚을 내서 집을 장만하였고, 일정기간 거치기간을 두면서 이자만 상환해 왔었다.

그런데 원금을 상환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가파른 물가상승의 여파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상태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원금까지 상환하려고 하니 앞이 막막할 따름이다.

주택 담보 대출의 원금은 갚지 못하고, 이자만 갚는 비율이 78%나 된다 하니 절박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 값이라도 올라줘야 보유자산이라도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텐데 당분간은 부동산은 거의 상승할 가능성이 안보이니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간다.

2010년도 가처분소득 대비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153%로 미국의 128%, 일본의 135% 등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치인 135%보다도 18% 가량이나 높다. 급기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가계 부채 문제에 대해 경고를 보냈고 저명한 경제학자들도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으며, 파이낸셜타임스도 한국의 양극화 문제를 지적하면서 가계 부채에 대해 우려감을 표시했다.

위에서 보듯이 잠재적으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이 가계 부채인 것만은 분명한데, 그렇다고 이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자 단기적으로 금리 인상을 잘못 했다가는 오히려 우리경제의 근간을 더 위태롭게 할 수도 있어서 더욱 걱정이다.

이런 와중에 연일 뉴스에서는 서민 금융의 산실이라고 했던 저축은행들의 부실과 부조리가 대형 게이트 수준으로 번지고 있고 많은 서민들을 울리면서 정국 불안의 뇌관으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이렇듯 저축은행들이 부실의 늪에 빠져 헤매고 있을 때 대기업 계열의 카드사들이 다시 득세를 하고 있는 것도 심히 우려할 만하다.

특히 카드사들은 회전결제나 자유결제 등의 온갖 매혹적인 타이틀로 서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가처분소득이 현격히 줄어든 서민들에게 교묘한 방법으로 대출을 권하는 곳은 대부업체나 카드사만이 아니다. 대형 시중은행들도 서민들을 대상으로 엄청난 금리를 챙기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출규모를 늘리기 위해 이자부담이 낮은 변동금리 상품을 권한 결과,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92%에 이르게 되었는데, 이는 현재와 같은 시장금리 상승, 부동산가격 하락기에는 작은 외부충격에도 엄청나게 부실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 가운데 하나가 '포퓰리즘'에 편승한 정책집행인데, 그 폐해가운데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 단기적인 인기영합 위주의 정책을 펴는 것이다. 위의 많은 문제점들이 복잡하게 얽힌 것도 인기영합주의 정책을 펴왔던 것이 누적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는 것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하락, 가계부채의 급증, 서민 밑바닥 경제의 부실 등 현안이 가장 복잡하게 얽혀있는 지금, 단기적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치유책으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역사 앞에 진정한 승자로 남을 용기와 실효성있는 정책집행 의지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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