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 일 할인점 입점…공익성은 어디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나눔 경영을 실천해야 할 농협이 최근 대형 할인마트 따라 하기 증축으로 지역 상인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농협 증축에 따른 프랜차이즈 업체가 다수 입점해 인근에 위치한 상인들은 매출이 크게 줄어 어려움을 호소하고있다.

충북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충북 농협물류센터(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이하 농협).

이곳은 지난 9일 4개월여의 공사 끝에 기존 면적보다 1천652㎡ 늘린 8천264㎡ 규모로 증푹해 인근에 위치한 홈플러스, 이마트 등과 같은 초대형 할인마트로 탈바꿈했다.

농협은 증축과 함께 의류 브랜드, 일본 저가 생활용품 브랜드인 다이소, 롯데리아,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등 고객 선호도가 높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신규 입점했다.



더구나 지역 곡물로 빵을 만들어 판매하던 우리밀빵 제과점은 사라지고 유명제과점이 입점했고, 지난해 지역 외식업체들의 반발을 샀던 '이마트 피자', '통큰 피자'를 따라한 하나로클럽만의 '통 피자'를 만들어 판매에 들어갔다. 또한 주류 코너에는 칠레와 프랑스산 와인 등을 판매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농협은 이 같은 변화로 인해 방문객 수는 증축 공사 전 4천명 수준에서 6월 현재 9천명 수준으로 2배이상 증가했으며, 금년 7월 중 천 만명의 누적 고객 수 돌파와 금년도 2천1백여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고사 직전이었던 주변 소상공인들은 매출 급감으로 이어져 볼멘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농협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는 K씨는 "처음 하나로클럽이 생겼을 때는 매출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한결 나아졌다"며 "주변에 있던 경쟁 상점 3곳이 모두 문을 닫아 결과적으로 이전보다 손님이 늘었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L씨도 "최근 푸드코트를 강화하면서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임대료뿐만 아니라 식재료비도 충당할 수 없어 문을 닫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하소연했다.

지난 일요일 이곳을 찾았던 주부 이모씨(41)는 "평소 우리 농산물과 제품을 구입하기위해 집에서 조금 멀지만 물류센터를 찾았는데 이제는 홈플러스,이마트와 차별화가 되지 않는 것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북청주경실련 최윤정 사무국장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야 하는 농협의 공익적 기능은 잊은 채 이미 포화상태인 청주의 대형 할인마트를 따라 하는 것은 우려했다.

특히 최 사무국장은 "무작정 대형 할인마트를 따라하는 것보다는 농협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이용해 차별화된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현행 유통산업진흥법에서는 기존 대형마트가 증축공사를 통해 매장 규모를 늘리는 것은 제한하고 있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농협충북유통 관계자는 "농협의 공익적 기능도 중요하지만 수익성을 버리고서는 존립할 수 없다"며 "매장 방문객의 연령대를 다양화하고 매장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매장 규모를 대폭 늘리고 대형 프렌차이점을 입점 시키는 등의 전략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증축후 매장 방문객 수가 증가하면서 매출도 증가하고 있어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며 "매출 증가로 발생한 수익은 농협의 설립 목적대로 지역 경제에 환원하겠다"고 말했다. / 박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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