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마케팅 효과, 넉달만에 국내안착

"쉐보레? 시보레? 쉐벌레이? 도대체 어떻게 불러야 하는 거야?"

나비넥타이에서 영감을 얻은 노란색 십자가 모양의 엠블럼을 단 '쉐보레'(Chevrolet)가 오는 11월로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을 맞는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쉐보레가 올 초 국내에 공식 진출할 당시만 해도 한국GM과 언론은 한글 이름을 놓고 옥신각신 했다.

급기야 국립국어원에 정확한 한글 명칭을 문의하기에 이른다. 국어원은 '시보레'가 널리 알려진 것이니 시보레가 맞다고 했고, 언론은 초기에 이를 따라 표기했다. 하지만 시보레는 일본식 이름이었다. 또 미국에서는 쉐보레를 시벌레이라고 발음하고 있어서 이마저도 폐기됐다.

명칭을 놓고 혼선이 벌어지다 결국 절충안이 나온 게 쉐보레였다. 한국GM이 시보레와 시벌레이를 모두 아우르는, 원어민 발음에 가장 가까운 한글 명칭인 쉐보레로 통일하고 이를 공식 사용해 달라고 하면서 정리됐다.

명칭부터 난관을 겪던 쉐보레였지만 다섯 달 가량 지난 지금은 내수시장 점유율을 3위로 끌어올리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시장에서는 쉐보레 돌풍이 거세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한국GM은 쉐보레 도입 후 4개월간 내수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6.7% 늘었다.

특히 6월에는 2007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월간 내수 시장점유율 두 자릿수(10.0%)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가히 '노란 십자가의 마법'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대대적인 변화였다.

한국GM이 최근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브랜드 인지도(33%)가 1분기 조사결과(17%)보다 두 배 가까이 상승해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브랜드 호감도 역시 급상승하고 있어 상반기에만 모두 6종의 신차출시와 더불어 브랜드 및 제품 홍보가 하반기 판매에 어떻게 반영될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왕좌왕하던 초기 예상과 달리 쉐보레 브랜드가 단시간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공격적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마음속에 쉐보레를 자리 잡게 하는 문화·스포츠 마케팅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GM은 3월17일 SK 와이번스를 시작으로 두산베어스와 롯데자이언츠 구단과 스폰서십을 맺으며 야구장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쉐보레를 알려왔다.

이미 쉐보레 브랜드는 미국, 유럽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스포츠를 통해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이러한 스포츠 마케팅 전력을 기반으로 한국에서도 스포츠 마케팅을 강화한 것이 효과를 본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프로야구도 지난해 총 590만 명의 관중을 동원할 만큼 성장한 것도 한 축이다. 한국GM이 이를 인지하고 야구를 통한 스포츠 마케팅을 강화한 것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최적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는 가족(Family), 열정(Passion), 젊음(Young)을 주제로 여러 가지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GM 복귀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GM 역시 지난 12일 쉐보레 브랜드로 향후 5년간 메이저리그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야구라는 대중 스포츠가 쉐보레 브랜드와 깊은 관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국GM은 야구단 스폰서쉽 체결의 일환으로 '쉐보레와 함께 하는 어린이·여성·사회인 야구교실'을 개최했다.

앞으로도 매달 1회씩 야구교실을 정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어린이와 여성, 사회인에게도 쉐보레 브랜드를 알리는 동시에 야구의 재미를 알려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마케팅뿐 아니라 문화마케팅을 통해서도 쉐보레 브랜드 인지도 상승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전 세계를 뒤흔든 영화 '트랜스포머3'가 국내 개봉 13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쉐보레 스파크 트랜스포머 에디션이 대박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쉐보레 스파크 트랜스포머 에디션은 트랜스포머3의 흥행과 더불어 지난 1일 사전계약을 실시한 지 10일 만에 계약대수 400대를 돌파했다.

또한 영화에서 주인공 샘(샤이아 라보프)의 수호천사로 등장하는 '범블비' 쉐보레 카마로는 쉐보레 브랜드를 알리는 끌차 역할을 하고 있다. 2007년 트랜스포머 첫 편에 등장한 이후 쉐보레 카마로는 매해 10% 이상 괄목할 만한 판매 성장세를 누리고 있다.

카마로는 2009년 미국에서 6만대, 이듬해엔 8만대가 팔렸다. 국내에서는 한정된 생산량 탓에 지난 3월 50여대가 계약됐으며, 고객에게 인도된 차량은 8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GM은 쉐보레 카마로를 캐쉬카우(수익창출원, Cash cow)로 키우기보다 쉐보레 브랜드의 콘셉트를 알리는 플래그십 모델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스포츠·문화마케팅을 활용한 쉐보레 브랜드 홍보도 계속해 인지도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소비자가 새로운 브랜드를 인지하고 마음속에 받아들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스포츠·문화마케팅을 활용하면 그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GM은 올해 모두 9종의 신차를 출시한다. 앞서 지난 3월 올란도, 아베오, 카마로에 이어 4월 캡티바, 5월 크루즈 해치백을 내놨고, 올해 4분기께 중형 세단 쉐보레 말리부, 준대형 알페온 e-어시스트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우 옷을 벗고 쉐보레 브랜드로 새 치장을 한 한국GM. 새 브랜드 홍보로 한국 자동차시장의 경쟁구도를 바꾸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는 한국GM이 하반기에 어떠한 성적을 낼 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