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글기도 전에 다 떨어져…젖소 집유량도 크게 감소

연일 이어지고 있는 폭우와 폭염으로 농작물 생산량 감소는 물론 가축피해가 잇따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많은 비가 올 경우 탄저병에 걸리기 쉬운 고추 재배농가와 원유 생산량이 줄어든 낙농가들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청주기상대 자료에 따르면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 지난 6월 22일부터 최근까지 충북에서만 900㎜가 넘는 비가 쏟아졌고,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평균 20일 이상 지속되는 등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면서 농작물과 가축에 대한 각종 질병이 발생하고 있다.

충북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장마 뒤 곧바로 이어진 무더위로 인해 고추밭 등에 역병과 탄저균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연작이나 배수가 잘되지 않는 저지대에서 재배되고 있는 고추밭을 중심으로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도 늘고 있어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농업관측센터가 8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역병과 탄저병균으로 인해 충북의 고추 출하가능면적은 지난해에 비해 11%가 감소해 지자체 중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 최근 계속된 폭우와 폭염으로 농작물에서 각종 병충해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고추가 탄저병과 역병 등으로 고사하는 피해를 입고 있어 철저한 방제가 요구되고 있다. / 김용수



청원군 미원면 내수리에서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홍모(61)씨는 "작황이 좋았던 지난해에 비해 올 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려서 탄저병균에 걸린 고추가 대부분이다"며 "쓸 수 있는 고추가 하나도 없어 죄다 내다 버려야 할 판이다. 다른 고추 밭도 역병에 걸려 뿌리부터 썩어내려 채 영글지 못한 고추들이 하나 둘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농업기술원은 "8월 중순께에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약화되면서 지역에 따라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비가 많이 올 때는 고추가 쓰러지지 않도록 지주를 잘 관리해야 하고 배수로 정비 등에 만전을 기해 달라"며 "역병이 발생한 경우에는 초기에 뽑아 없애고 탄저병과 병해충은 미리 약제를 살포해 예방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당부했다.

▲ 폭우와 폭염으로 가축들도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다. / 김용수


폭염과 폭우로 인한 피해는 비단 농작물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높은 불쾌지수에 의해 생산량이 감소되는 등 축산 농가에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원유 납부 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젖소 농가의 경우 무더위로 인해 지난해 보다 10% 이상 집유량이 감소해 애를 먹고있다.

청원군 미원면에서 젖소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59)씨는 "불볕 더위가 연일 지속되면서 젖소들이 사료를 제대로 섭취하고 있지 않아 항상 축 쳐진 채로 있다"며 "축사에 대형 선풍기 3대를 들여와 젖소들이 바람을 쐬도록 하고 영양제 등도 공급하고 있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젖소는 더위에 약해 27도만 넘어도 기운이 없거나 입맛이 떨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 집유량 급감해 심하면 폐사까지 할 수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충북농업기술원은 "무더운 날씨가 계속될 경우 축사에 차양막이나 단열대, 송풍기 등을 설치해 축사 내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예방하고 강제 환기를 실시해 젖소 축사의 경우에는 27도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한우나 닭의 경우에는 30도를 넘지 않도록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박광수

ksthink@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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