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규격 사용 증가 인명사고 잇따라 … 단속 강화·대책마련 시급

최근 스쿠터 족이 늘어나면서 안전보다는 멋을 부각시킨 반모 형태의 비규격 안전모 사용이 늘면서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비규격 안전모에 대한 경찰의 단속 규정에도 불구, 지도·단속은 거의 없어 운전자들의 안전불감증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안전의식 강화와 단속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오전 11시 30분.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개신동 충북대 정문 입구에서 스쿠터를 몰고 가던 대학생 정모(21·여)씨가 덤프트럭에 깔려 두부 파열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씨는 사고 당시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었으나 실제 사고에서 안전모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채 파손 없이 사고 현장에서 약 3m가량 떨어져 있었다.

정씨가 착용한 안전모는 반모 형태로 과거 독일병정들이 썼던 안전모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 얼굴 전면을 둘러싸고 있는 풀 페이스(fullface) 안전모에 비해 사고 발생 시 충격 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고 내구력이 약해 쉽게 파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도로교통법시행령 제32조에서는 이륜차 등 승차용 안전모에 대한 기준으로 충격 흡수성과 내관통성이 있어야 하며, 충격 시 안전모가 쉽게 벗어나지 않아야 하고, 야간 운전에 대비해 안전모 뒷부분에는 반사체가 부착돼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경찰의 지도·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도로에서 안전 규정에 맞지 않는 반모 안전모나 스케이트 안전모, 심지어 공사장 안전모 등을 쓴 운전자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도로교통법상 단속 대상은 맞지만 워낙 많은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규정에 맞지 않는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어 단속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지난 2008년 내부적으로 각서에 지침을 내려 단속보다는 계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월부터 계도장 발부가 중단돼 해당 운전자가 비규격 안전모로 인해 계도 조치를 받았다고 해도 기록이 남지 않아 구두로만 계도하는 것에 그쳐 실효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청주 복대동에서 만난 오토바이 운전자 김모(54)씨는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안전모를 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데 아직까지 단속이나 지도를 받은 적도 없었다"며 "주변에서 안전모로 경찰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어도 그때 뿐 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규격 안전모로 인한 인명사고는 경찰의 단속 부재에만 원인이 있기보다는 운전자들의 안전 불감증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청주 봉명동에서 오토바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최모(31)씨는 "안전은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투박한 풀 페이스 안전모 보다는 가격이 싸고 멋스러운 반모 형태의 안전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반모 형태 안전모의 경우 턱 끈이 약해 충격을 받았을 경우 튕겨져 나가거나 안면부가 그대로 노출돼 있어 사실상 헬멧을 쓰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안전모 제조업체에서 시행한 안전 테스트에서 규격 안전모의 경우 2m 높이에서 떨어질 때 기준 충격량 300에도 못 미치는 185로 나타났지만 비규격 안전모는 400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턱끈 강도 테스트에서도 비규격 안전모는 10kg의 물체를 턱 끈에 묶고 떨어트릴 때 쉽게 끊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륜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안전모를 고를 때 우선 안전 필증이 붙어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턱 끈 등의 고정 장치가 튼튼한 제품, 충격 흡수성과 내구력이 좋은 2kg 이하 무게의 안전모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며 "가격이 저렴하고 멋이 난다 해서 반모를 선택하기 보다는 자신의 생명이 걸린 만큼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안전한 풀 페이스 안전모를 구매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운전자가 비규격 안전모를 쓰고 운행하지 않도록 단순 계도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단속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박광수

ksthink@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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