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구장' 조순희 사장, 생애 첫 수필집 출간

세월은 철 따라 향기를 만들기도 하고 계절따라 천의 얼굴로 화장을 하며 오기도 한다. 물처럼 계곡을 따라 굽이굽이 흘러가기도 했고 시원한 바람처럼 불다가 구름을 친구 삼아 오기도 했다. -본문 '만남' 중에서

청주시 사직동에서 한정식집 '거구장'을 운영하는 조순희(67·여) 사장이 처녀수필집 '새벽을 여는 행복'(정은출판, 1만2천원)을 내놓았다.

충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교실에서 15년간 틈틈히 수필을 배웠고, 2000년 '한국수필'을 통해 등단한뒤 11년만에 내놓은 생애 첫 수필집이다.

이 수필집에는 간호사 8년, 식당일 31년 등 억척스럽게 생업을 꾸려온 조씨의 고단했던 삶의 여정이 오롯이 녹아있다. 예순 일곱, 인생의 후반에 들어서 그동안 걸어온 생을 뒤돌아보면서 인생의 고비에서 만났던 인연들을 하나하나 반추한다.

"31년째 거구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일 새벽시장을 보고 신앙생활을 위해 새벽예배를 드리고 하루하루가 고달픈 삶이었지만 돌아보니 참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쁘게 살면서 기뻤던 일, 슬펐던 일, 힘들었던 일 등 제 삶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 첫 수필집을 내게 됐습니다. 저를 아는 주위분들께 선물로 드리고 싶어요."

바쁜 일상으로 어린 자식들을 제대로 보살필 수 없었던 미안한 부모의 속마음, 꿈 많던 젊은시절 간호사로 일하며 만난 사람들, 소중한 인연들을 마음에 담아두었던 언어로 성숙된 인생의 끝자락을 메우고 싶다는 저자의 삶의 편린들이 책장마다 숨어있다. 수필집은 '가슴속에 핀 꽃', '당신의 배려', '고향친구', '부부의 끈, 문경에서' 등 4장으로 구성됐다.

"정말 제가 쓰고 싶은 글은 아직 못썼어요. 식당일을 내려놓고 글 쓰는 일에만 전념하고 싶어요. 딸에게 4년째 식당일을 교육하고 있는데 2~3년 뒤에는 식당을 딸에게 넘겨주고 자연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여행을 다니면서 철학적인 글을 쓰고 싶어요."

괴산이 고향인 그녀는 청주간호대학을 졸업했으며 충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교실에서 수필을 배웠다. 2000년 '한국수필'을 통해 등단했으며 공저로는 '그리움의 노래', '41인 명작선집'이 있다.

/ 김미정

mjkim@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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