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미 소설, 동명 영화 흥행에 다시 베스트셀러

"난 이제 알을 못 낳아. 말은 안했어도 사실이야. 하지만 이젠 괜찮아. 알을 품게 됐는 걸. 그토록 바라던 걸 이루게 됐잖아."

알을 품어 병아리의 탄생을 보겠다는 소망을 간직하고 양계장을 나온 암탉 '잎싹'. 자기와 다르게 생긴 아기 오리를 지극한 사랑으로 키운뒤 놓아 보내주고 제 목숨을 족제비에게 내어주기까지의 '잎싹'이의 삶과 죽음,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소망과 자유, 그리고 사랑을 실현해 나가는 삶을 아름다운 동화로 그려냈다.

동화작가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출판사, 9천원)이 다시 인기를 모으고 있다.

2002년 출간돼 이미 국내에서 100만부 이상이 판매된 밀리언셀러지만 최근 동명 영화가 200만 관객 돌파 등 흥행하면서 다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섰다.

이 책에는 세 종류의 암탉이 나온다. 하나는 철망에 갇힌채 배부르게 먹고 품지도 못할 알을 낳으면서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는 암탉, 다른 하나는 마당에서 수탉과 병아리와 함께 만족스럽게 살면서 혹시라도 누가 끼어들어 그 생활을 흐트러뜨리지 않나 전전긍긍하는 암탉, 나머지는 알을 품어 병아리를 탄생시키겠다는 소망을 굳게 간직하고 결국 실천하는 암탉, 바로 주인공 잎싹.

이 책은 이런 잎싹이의 자기 삶의 주인으로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과 독특하고 개성적인 등장인물의 다양한 삶을 통해 오늘의 어린이들로 하여금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과 반성을 하게 만든다. 다소 어렵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지만 박진감 넘치는 탄탄한 구성과 풍부한 상징성, 독특한 등장인물의 창조, 감성적인 문체 등이 작품의 깊이와 진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결말은 슬프다. 또한 기쁘다.

동화작가 황선미(48) 작가는 깊은 주제의식과 섬세한 심리묘사, 가슴뭉클한 이야기로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학교에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혼자 학교에 남아 동화책을 읽곤 했던 그녀의 글은, 다른 90년대 여성작가들 달리 깊은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대표적 예다. 근대·문명을 상징하는 '마당'과 탈근대·자연을 상징하는 저수지를 배경으로, 암탉 잎싹의 자유를 향한 의지와 아름다운 모성애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녀는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과 광주대, 중앙대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1995년 단편 '구슬아, 구슬아'로 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 중편 '마음에 심는 꽃'으로 농민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나쁜 어린이표', '마당을 나온 암탉', '내 푸른 자전거', '넌 누구야?' 등 10여편의 동화를 썼다.

이 책에 그림을 그린 김환영(52)은 충남 예산 출생으로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만화와 애니메이션도 공부했다. 한겨레 문화센터 아동문학작가 학교 8기를 수료했고, 지금은 경기도 가평에서 그림책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 김미정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