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비·폭염·병해충 … 농산물 가격 급등

올 여름 이상기후와 각종 병해충으로 농작물 작황이 부진해 추석명절을 앞둔 농민들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농작물 절도와 함께 농가 빈집 털이까지 잇따르는 등 농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어 농촌 방범대책이 시급하다.

지난달 31일 충북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올해 충북 지역 고추 작황의 경우 잦은 비와 폭염으로 역병과 탄저병이 발생, 지난해에 비해 생산량이 11% 감소했다.

이에 따라 풋고추의 도매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17.3%나 상승했으며 무, 감자, 시금치 등의 다른 농작물도 30~75% 이상 올랐다.

수확을 앞둔 벼는 단수(단위당 수확량)가 평년(10a당 501kg)의 73%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어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 올 여름 계속된 폭우와 폭염으로 고추가 탄저병과 역병 등으로 고사하는 피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 추석 명절을 앞두고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농작물 절도와 농가 빈집 털이까지 잇따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김용수


실제로 충북 청원군 강내면에서 농사를 짓는 김모(75) 할머니는 "올해 탄저병이 발생하면서 팔 수 있는 고추가 하나도 없어 오히려 시장에서 사먹어야 할 판"이라며 "일조량이 부족한 탓인지 벼 크기도 크지 않고 제대로 여물지 않은 것 같다"며 하소연 했다.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최 모(36)씨도 "농작물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출하할 물량이 없다"면서 "오히려 비로 인한 피해가 더 커 올해 농사는 손해"라고 토로했다.

또한 청주시 강서2동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한 모(72)씨는 "고추 역병으로 인해 하루에도 몇 번씩 밭에 약을 치러 나가지만 집안의 문을 잠그지 않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올해 농작물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농촌 지역에 농작물 절도와 빈집 털이 등이 극성을 부려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청주흥덕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청원군 농촌 지역 빈집을 돌며 10차례에 걸쳐 3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절도)로 정모(3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일 청주시 흥덕구 한 고추재배 비닐하우스에서 햇볕에 말리던 고추 110kg이 도난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며 진천과 증평에 애써 농사지은 인삼 도난 사건이 발생하는 등 농작물 도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고 농번기를 맞아 농촌 일손이 바빠지면서 농촌의 빈집이나 농산물 도난 사건이 보고되고 있다"면서 "충북도의 경우 몇 해전부터 치안상태가 좋지 않은 농촌지역을 대상으로 CCTV를 설치하고 지역 농민들을 중심으로 방범대를 운영하고 있지만 쉽게 근절되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농민들 역시 가까운 거리에 나가더라도 창문과 현관문 등이 잠겨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수상한 사람이나 차량을 발견하면 경찰서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 박광수

ksthink@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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